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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투표에서 인지적 오류를 막으려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막말 논란과 서로에 대한 거친 언사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선거가 극에 달하는 이런 부정적인 선거운동에도 과연 현명한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시장에 가장 적합한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는 합리적인 판단으로만 투표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인지적 오류에 의한 판단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항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의사결정 분야의 대가’ 이스라엘 출신의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휴리스틱스 이론(heuristics and bias)’을 발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인간의 합리적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 ‘휴리스틱스 이론’은 인간이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을 내릴 때 확률이나 합리적 논리에 의하기보다 경험에 따라 ‘대충 가장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의사결정이 반드시 합리적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 뉴욕 택시기사들의 행동을 통해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택시기사들은 손님이 많은 날에는 수입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해 일을 더 하고, 손님이 적은 날에는 일찍 일을 끝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뉴욕 택시기사들이 손님이 많은 날에 오히려 일을 일찍 끝마치는 것을 발견했다. 즉, 무한정으로 효용을 극대화하지 않고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는 이윤추구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현상을 연구해 ‘인간은 꼭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선거에서도 이처럼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인지적 오류에 의한 결정이 많이 이뤄지곤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밴드왜건 효과’다. 이는 자기 신념이나 믿음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미국 12대 대통령인 재커리 테일러의 선거운동을 했던 댄 라이스라는 광대놀이 연예인이 악단원들과 퍼레이드 선두에서 마차를 끌며 선거운동을 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특정 집단에 맞추는 이런 현상은 군중심리의 일환이기도 하다. 선거에서도 실제 투표 시점의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는 후보에게 표가 더 많이 쏠린다는 의미다.

투표에서 ‘밴드왜건 효과’는 왜 일어날까? 이는 다수에 속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종의 인지적 편향 현상인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할 때 나타나는 생각의 실수다. 뇌는 가능하면 정보처리를 효율적으로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런 과정에서 인지적 편향이 나타난다. 다수에 속하는 판단을 하면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효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경험들로 인해 선거에서도 이러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밴드왜건 효과’를 극복하는 방법은 항상 내가 인식하는 정보가 사실인지를 스스로 점검해보고 결론에 너무 성급하게 도달하는 것을 피하고 천천히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모든 유권자가 신중하게 잘 생각해 결정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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