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카메라·전기 신호로 말라리아 모기 흡혈 과정 실시간 분석
다리로 피부 밀고 침 찔렀다 빼기 반복…30초 안에 혈관 찾아
이집트숲모기보다 혈관 17초 빨리 찾아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모기는 피부에 앉자마자 침을 꽂고 피를 빨아 먹는 단순한 곤충으로 여겨진다. 모기의 침이 피부에서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너무 빠르고 작아서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런데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피를 빨 때 다리와 주둥이, 주둥이 옆 작은턱수염을 서로 박자 맞춰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기는 다리로 피부를 밀었다 놓기를 반복하면서 침을 찔렀다 빼며 30초 안에 혈관까지 도달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12권에 미국 존스홉킨스대 조애나 코노프카와 크리스토퍼 포터 교수 연구팀은 말라리아모기가 사람 피부를 물 때 피부 위와 피부 속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다리로 밀고 침 찌르고…박자 타는 흡혈
연구팀은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사람 팔에 물게 한 뒤 1초에 수백 장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상 속 모기의 다리와 주둥이, 작은턱수염의 움직임은 인공지능(AI)으로 하나하나 추적했다.
연구팀은 모기 등에는 가는 금선을 붙이고, 실험 참가자에게 전극을 손에 쥐게 했다. 모기가 피부를 찌르면 참가자와 전기가 통해 모기의 침이 피부 속에서 움직일 때마다 전기 신호가 바뀐다. 연구팀은 이 신호로 모기가 피부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읽어냈다.
모기의 흡혈은 피부 찌르기, 혈관 찾기, 피 빨기, 침 거두기, 침 빼기의 다섯 단계로 나뉘었다.
모기가 혈관을 찾으려고 침을 피부 깊이 밀어 넣으면 앞다리가 구부러져 피부에서 들렸다. 침을 뒤로 빼낼 때는 앞다리가 펴져 피부를 꾹 눌렀다. 피를 빠는 침은 90도까지 휠 만큼 가늘고 유연해서 피부 속을 지나다 꺾이기 쉽다.
연구팀은 모기가 다리로 피부를 밀어 침을 빼내고 방향을 바꿔 다시 찌르는 과정을 되풀이해 30초 안에 혈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주둥이 양옆의 작은턱수염은 피부에 닿지 않지만, 혈관을 찾는 동안 1초에 10~25번 가위처럼 좌우로 박자를 맞춰 움직였다. 피를 빨기 시작하자 좌우 움직임을 멈추고 위아래로 미세하게 떨었다.
연구팀은 모기의 작은턱수염 떨림만 봐도 모기가 피를 빨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흡혈 시간은 평균 160초
말라리아모기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보다 혈관을 17초 빨리 찾았다. 말라리아모기는 곧장 혈관을 향해 갔고, 이집트숲모기는 이리저리 자주 움직이는 방식으로 혈관을 탐색했다.
다만 두 모기가 침을 피부에 꽂은 순간부터 피를 다 빨고 침을 빼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160초와 165초로 비슷했다.
말라리아모기는 침을 피부에 단번에 찔러 넣었고, 이집트숲모기는 일정한 박자로 조금씩 밀어 넣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이집트숲모기에게 물릴 때는 아프지 않았지만 말라리아모기에게 물릴 때는 매번 따끔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찌르는 방식의 차이가 실제로 통증 차이로 이어지는지는 더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암컷 모기는 무는 자리에서 몸의 여러 부위를 정교하게 맞춰 움직인다”고 밝혔다. 이어 흡혈 과정을 알면 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줄이고 막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피부 상태가 다른 사람이나 야생 모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c2023
논문 정보 : Joanna K. Konopka et al. ,Coordinated mosquito biting dynamics at the human skin interface.Sci. Adv.12,eaec2023(2026).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