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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규제 폭증에 세무 컨설팅만 호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번 정부 덕분이죠.”

한 시중은행에서 세무 컨설팅을 담당하는 팀장급 직원은 최근 부동산세 관련 업무가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고액자산가인 PB센터 고객에게 주로 제공하던 부동산세법 자문을 요즘에는 일선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한테도 일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단순히 예금과 대출만을 취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종합적인 자산관리(WM)를 해주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도 있지만, 세무사도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부동산세법이 바뀌면서 은행 고객들의 부동산세 문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법 전문가들도 머리가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현 정부에서만 부동산 대책이 24차례 나왔다. 지난 7월 10일 양도세를 중심으로 세금을 강화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양포세(양도세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이 횡행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일시적 2주택자 A씨(40)는 최근 '양포세'를 실감했다. 보유주택 처분이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면서 계속 보유하느냐를 두고 고심중인 A씨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적용 기간에 따라 내야할 세금이 수억원 왔다갔다 한다. 지난 7월 10일 부동산 대책 발표로 장특공 비율이 50%에서 30%로 낮아지면서다. 세무사로부터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A씨는 기획재정부에 직접 문의를 했지만 '시행령이 확정돼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최근에는 ‘부부 공동명의’가 논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도 고령·장기보유 공제 혜택을 선택해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얼핏 공동명의가 유리해 보이지만 명의이전에 신중해야 한다. 증여세, 취득세를 따져보면 명의 이전으로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증여세율은 1억원 미만은 10%, 1~5억원은 20%다. 재산세 과표를 따르는 취득세율은 6억원 이하 1%, 6~9억 1~3%, 9억원 이상 3%다. 내년부터는 고령자·장기보유자 종부세 세액공제가 최대 80% 적용된다. 복수의 변수를 꼼꼼히 계산해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더욱이 세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에는 기재부에서 관련 시행령도 정비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꼭 전문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제 살길을 알아서 찾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폭증한 예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예고한 신용대출 규제 시행일 전에 '일단 뚫어놓자'는 가(假)수요가 몰리면서 마이너스 통장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지난달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하루 마이너스통장 발급 건수는 6681개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새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직전일(12일) 발급 건수인 1931개의 3.5배에 달한다. 이래저래 머리를 잘 굴려도 손해를 볼까말까하는 요즘이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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