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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변호사는 이웃입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유머다.

큰 부자가 죽음의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는 평소에 그를 도와주던 주치의와 담당 변호사를 불렀다.

주치의와 변호사는 평소 부자를 열심히 도와주었기에 ‘혹시 한 몫 떼어주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죽음이 임박한 부자를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다.

부자는 그들을 보더니 마지막 죽음의 시간에 함께 해 준 것과 그동안 자신의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자신의 침대 오른쪽과 왼쪽에 세우고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주님, 부족한 저는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죽습니다.”

참고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왼쪽, 오른쪽에서 같이 십자가 매달린 두 명 모두 사형을 당할 만한 강도들이었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통적으로 문과와 이과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찾게 되는데, 노동력이 대체되기 어려운 전문직인 데다가 그 숫자가 적었기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싼 대가를 지급해야만 했다. 심지어 위의 유머처럼 강도에 비유될 정도였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듯 변호사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변호사 사무실 간판을 보았다. 시장과 상가 건물이 들어선 곳에 위치한 변호사 사무실이 눈에 띄어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시장 상인들 가까이에서 법률 상담을 해주면서 주요 고객으로 삼고자 다니던 로펌을 나와 개업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 패기와 도전정신이 보기 좋았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일어서는데 바로 옆 건물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고 하여 방문하였다. 역시 몇 년 전부터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공증과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변호사 시장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과거에 찾기 힘들고 문턱 높던 변호사 사무실이 국민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변호사 숫자는 2만8000명이 넘는다. 로스쿨 도입 이후 폭발적으로 배출된 결과이다.

변호사는 이제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나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과거 문턱 높은 소수 엘리트라는 겉옷을 벗고 합리적인 비용과 전문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다정한 이웃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오랜 시간 쌓여 온 편견을 깨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아직도 변호사비용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장만 만나고 왔다는 이야기는 시장까지 진출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변호사 업계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 혹시 그런 사무실을 발견하면 대한변협으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변호사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될 것이다. 변호사는 분쟁 해결의 대리인으로서, 억울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당장 주변을 둘러보기 바란다. 변호사가 당신의 다정한 이웃으로 둥지를 틀고 도와주려 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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