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을 못 느끼는 건지, 신경도 안 쓰는 건지”…‘뚱보’ 매너티, 대충 먹고 산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소처럼 생겼는데도 단맛과 쓴맛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카리브해에 사는 매너티 얘기다. 바다에 사는 몇 안 되는 초식동물이라 미각이 특별히 발달했을 것이라는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최근 국제학술지 피지올로지 앤드 비헤이비어(Physiology & Behavior)에 스웨덴 린셰핑대와 멕시코 에코수르(ECOSUR)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고래나 물범 같은 바다 동물은 대부분 미각을 잃었다.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방식으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굳이 맛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지자 관련 유전자도 비활성화됐다. 실제로 고래는 짠맛 말고는 다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소’ 매너티는 다르다. 바다에 살면서도 풀만 먹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래서 단맛과 감칠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지금도 온전하고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도 7개나 살아 있다. 혀에는 맛을 느끼는 세포가 평균 1만1000개 넘게 있는데, 이는 소
2026.07.03 20:10
공룡의 긴 꼬리는 어쩌다 ‘참새 꽁지’가 됐을까…중국서 발견된 ‘뜻밖의’ 화석 [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참새나 비둘기 같은 오늘날의 새들은 꼬리뼈가 아주 짧다. 대신 그 끝에 부채처럼 깃털을 활짝 펼 수 있는 작은 뼈 뭉치가 붙어 있다. 반면 공룡의 조상님 격인 초기 새들은 도마뱀처럼 긴 꼬리뼈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긴 꼬리는 언제, 어떻게 지금처럼 짧아졌을까. 답을 알려줄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7호에 중중국 과학원 척추동물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 왕민 박사, 저우중허 박사와 푸젠성 지질과학연구소 탕젠룽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새의 조상은 원래 공룡이었다. 공룡은 대부분 몸통 뒤로 길게 뻗은 뼈로 된 꼬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새들은 이 긴 꼬리뼈 대신, 짧은 꼬리뼈 여러 개가 끝에서 하나로 합쳐진 작은 뼈 뭉치를 갖고 있다. 이 뼈 뭉치를 학계에서는 ‘미단골(尾端骨·pygostyle)’이라 부른다. 꼬리 깃털을 부채처럼 펴고
2026.07.02 20:10
5년 만에 큐비트 6개서 98개로…‘세계 최강’ 슈퍼컴퓨터가 수십조 년 걸릴 계산…약점 극복한 기술로 순식간에 끝냈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지구에 있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모조리 동원해도 수백 년, 많게는 수십조 년이 걸릴 계산이 있다. 그런데 이 계산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버리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했다. 큐비트(양자 정보의 최소 단위) 98개를 원자 하나하나로 구현한 미국 퀀티넘의 ‘헬리오스’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에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퀀티넘의 앤서니 랜스포드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산하 양자성능연구소 소속 연구진도 함께 참여했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 둘 중 하나로만 저장한다. 이 최소 단위를 ‘비트’라고 부른다. 아무리 복잡한 계산도 결국 0과 1을 조합해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는 다르다. 원자 하나를 정보의 최소 단위로 쓰는데, 이를 ‘큐비트’라고 부른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특성상 0과 1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동시에 표현할 수
2026.07.01 20:10
“나도 고생했으니 너도 해라?”…‘개천에서 용 난’ 이들이 사다리 걷어차는 이유 [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자신이 고생 끝에 힘겹게 성공이나 성취를 이뤄낸 사람일수록, 다음 사람의 고생을 줄여주는 행위를 오히려 더 완강히 반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히 “나도 고생해 봤으니 그 심정을 안다”며 약자와 타인을 도울 것이라는 대중적 통념과 달리, 인간은 자신이 겪은 역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제5권 제6호에 홍콩중문대 경영대 미셸 윤선 김 교수, 미국 UC샌디에이고 라디경영대 아예렛 그니지 교수, 시카고대 부스경영대 알렉스 이마스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생 끝에 얻은 성취를 보호하려는 인간의 심리 기전을 ‘사다리 걷어차기’ 효과로 명명하고, 가상의 실험실 환경과 실제 이민자 사회 데이터를 결합한 세 가지 정밀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입증했다. 먼저 고생
2026.06.30 20:10
“AI가 내 직업을 빼앗을 것”…판사도 대체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사무직을 택했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AI가 내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 변호사, 판사 같은 고숙련 직업군이 가장 먼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 정작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판사나 외과의사를 겨냥한 제품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 실제로 AI로 대체하기 위해 투자되는 곳은 사무직,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돈이 몰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제5권 제6호에 이탈리아 엔리코 페르미 연구소 페노알테아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연구들은 AI가 어떤 직업을 위협하는지를 기술 가능성으로 따졌다. 의사가 영상을 판독하는 것, 변호사가 판례를 분석하는 것, 회계사가 숫자를 맞추는 것을 AI가 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이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2026.06.29 20:10
베네수엘라 강진 다음날 일본도 흔들려…수천 ㎞ 떨어진 충격이 지진을 부르는 이유[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지난 24일 베네수엘라에서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30여 초 간격으로 연속 발생해 사상자 수가 빠른 속도로 확인되고 있다. 다음날인 25일 일본 이와테현 앞바다에서는 규모 7.2 지진이 발생했다. 서로 수천 ㎞ 떨어진 곳에서 하루 차이로 강진이 잇따르자 “큰 지진이 다른 곳의 지진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6호에 홍콩대학교 토목공학과 황차오·준양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규모 지진이 수천 ㎞ 떨어진 곳의 단층을 흔들어 또 다른 지진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지진이 발생하면 에너지가 파동 형태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에서는 산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지만 지진파가 수천 ㎞를 이동하고 나면 미약해진다. 그 힘은 단층이 평소에 견디는 힘의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 힘으로는 단층이 움직이는 것
2026.06.26 20:10
병원에서 정상이라던 환자, 4개월 뒤 갑자기 심장 멎었다…돌연사 신호, AI가 찾아낸다[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스웨덴의 한 75세 여성은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입원했다. 심장초음파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관도 깨끗했다. 의료진은 제세동기 시술을 예약했지만, 그 전에 그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졌다. 4개월 전 외래 진료에서 찍은 심전도가 있었다. 나중에 AI가 그 심전도를 분석했더니,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을 파형이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에 미국 UC버클리 지아드 오버마이어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가 심전도만으로 갑작스러운 심장사 고위험군을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일한 예측 기준으로 쓰인 심장초음파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심초음파가 정상이라 판정한 환자들 사이에서도 고위험군을 짚어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비롯된 사망은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할 때 이를 감지하고 전기 충격으로 되돌리는 제세동기가 1980년대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에게 미리 제세
2026.06.25 20:10
늙은 쥐 심장이 다시 젊어졌다…44만 개 세포 분석했더니 심장 나이 되돌릴 ‘스위치’ 발견[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심장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노화가 단순히 세월이 쌓이는 과정이 아니라, 심장 세포 안에서 특정 유전자가 꺼지고 켜지는 정밀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심장 유전자 지도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활동이 줄어드는 핵심 유전자를 늙은 쥐의 심장에 다시 보충했더니 심장 기능이 실제로 회복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5호에 중국 푸와이병원 지앙핑 송 교수·독일 뮌헨대 다니엘 라이하르트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태아기부터 75세까지 29명의 심장 조직 54개에서 세포핵 44만2239개의 유전자 활동을 분석해 심장이 평생에 걸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세포 단위로 추적했다. 분석 결과, 심장의 모든 주요 세포에서 공통된 변화가 확인됐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 기능의 균형이 무너지고, 염증 신호와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했다. 특히
2026.06.24 20:10
“술 사진만 봐도 손이 간다”…알코올 중독자 뇌는 ‘술’만 알아본다[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알코올 중독자들은 오래전부터 “술집 간판만 봐도, 술 사진만 봐도 손이 간다”고 호소해 왔다. 이 고통이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닌 뇌의 실제 반응임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피지올로지 앤드 비헤이비어(Physiology & Behavior) 310호에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강다현·실비아 무르지아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중등도·중증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들은 술 사진을 보는 순간 뇌가 비알코올 음료 사진을 볼 때와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21~32세 중증 음주자 47명에게 술병·와인잔·칵테일 사진과 주스·물·커피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며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했다. 뇌는 예상치 못한 자극이 나타날 때 0.3초 안에 특정 전기 신호를 내보내는데, 이 신호가 클수록 해당 자극에 뇌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는 집단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중등도·중증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20명)에게서는 술
2026.06.23 20:10
경기 전 금욕 믿음 깨졌다…운동 30분 전 성적 자극받은 선수들이 더 오래 버텼다[후암동 논문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운동 전날 성적 자극을 삼가야 한다는 말은 스포츠 세계에서 오래된 금기처럼 통해왔다. 권투 선수는 시합 전 며칠씩 합숙하고, 코치는 “몸을 아껴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이 믿음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운동 30분 전 성적 자극받은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더 힘 있게 운동했다. 국제학술지 피지올로지 앤드 비헤이비어(Physiology & Behavior) 307호에 따르면 스페인 바야돌리드대 디에고 페르난데스-라사로 교수 연구팀은 훈련된 남성 운동선수 21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모집한 21명은 평균 나이 22세의 현역 운동선수들이었다. 농구·배구 선수, 장거리 달리기 선수, 복서, 유도 선수가 섞여 있었다. 평균 8년의 훈련 경력을 가진 이들은 지역·전국·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수준이었다. 실험 방식은 이렇다. 같은 선수가 두 가지 조건을 각각 일주일 간격으로 경험했다. 한 번은 검사 7일 전부터
2026.06.22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