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전 세계에서 해마다 4억 건이 넘는 농약 중독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스스로 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농사일 중에 우연히 노출돼 생긴 경우만 센 숫자다. 연간 사망은 1만1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공중보건학(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국제 시민단체 농약행동네트워크(PAN) 소속 볼프강 뵈데커, 메리엘 와츠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나온 논문 214편과 세계보건기구(WHO) 사망 통계를 모아 총 139개국의 사례를 종합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논문에서 직접 보고된 사례는 36만9632건이다. 확인된 사례를 각 나라의 농업인구 전체에 비율과 가중치를 넣어 계산해 본 결과 전 세계 농약 피해 규모가 4억200만~4억3300만 건으로 추산됐다. 세계 농업인구 9억3400만 명에 대입하면 46%에 해당하는 건수다. 한 명이 여러 번 중독될 수 있어 발생 건수가 사람 수보다 많을 수 있다.
나라별로 보면 농민 가운데 한 해 한 번이라도 농약에 중독된 사람의 비율은 평균 42.3%다. 부르키나파소가 83.8%로 가장 높았고 인도 73.6%, 미국은 0.04%다.
세계보건기구가 농약 노출 피해에 대해 1990년에 내놓은 추정치는 연간 100만 건, 사망 2만 명이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30년이 지난 현재 농약 노출 피해는 400배 가량 상승했다. 다만 1990년에는 증상이 심해 치료를 받은 경우만 계산했고, 이번 연구는 두통 하나만 있어도 중독으로 본 조사까지 포함했다.
세계 농약 사용량은 1990년 180만 톤에서 2023년 380만 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철회됐던 논문, 문제점 고쳐 다시 공개
앞서 연구팀은 2020년에도 비슷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논문에서는 ‘농민에게 농약 때문에 아팠던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통해 농약 중독 피해가 연간 3억8500만 건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설문 문항에 대해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측은 응답자들이 농약 때문에 아팠던 적이라고 하면 지난 1년만 생각하고 답할 수 있고, 평생을 통틀어 떠올릴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논문을 철회했다.
연구팀은 각국이 집계한 사망 통계에서 농약 중독으로 숨진 사람을 추렸다. 농약 중독으로 질환이나 치료를 받은 사례는 농민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두통 하나만 있어도 중독으로 인정한 조사에서는 아팠다고 답한 사람이 평균 50%였다. 반면 두 가지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나야 중독으로 본 조사에서는 20%로 떨어졌다.
응답자가 132명 이하인 소규모 조사는 평균 60%가 중독 피해를 봤다고 조사됐고, 332명이 넘는 규모의 조사에서는 36%가 중독 피해를 호소했다.
농민은 과다 보고, 병원·정부는 과소 보고
연구팀은 농민이 스스로 답한 증상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따져본 실험 결과도 반영했다. 연구팀이 반영한 선행 연구를 조사한 네팔 연구팀은 농민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살충제를 뿌리게하고, 다른 쪽에는 농약이 아닌 나무 기름을 뿌리게 했다.
두 집단 모두 농약 중독 증상을 호소했고, 농약에 노출되면 달라지는 혈액 속 효소 수치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기간에도 상당수가 증상을 보고했다.
반면 연구팀은 병원과 정부 공식 기록에 농약 중독이 작성되는 양은 지나치게 적다고 봤다. 세계보건기구가 각국에서 받은 사망 통계에 잡힌 농약 중독 사망자는 110개국을 합쳐 연간 722명뿐이다.
인도 정부는 2021년 한 해 7805명이 농약으로 숨졌다고 자체 보고서에 적었지만 이 수치를 세계보건기구에 넘기지 않았다.
지역별로 보면 남아시아가 2억1400만 건의 농약 중독 기록이 있어 가장 많았고 동남아시아 6076만 건, 동아프리카 4934만 건이 뒤를 이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농민들이 과다하게 부풀려 농약 중독을 보고했을 가능성에도 병원과 정부 공식 기록에 적히지 않은 양이 훨씬 클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연간 4억 건 정도의 농약 중독이 발생한다고 봤다.
다만 연구팀은 자료가 있는 나라가 한정적이라고 인정했다.
살아남은 중독 사례를 나라 단위로 추정할 수 있었던 곳은 49개국뿐이었고, 중앙아시아는 자료가 아예 없어 계산에서 빠졌다. 동유럽은 헝가리 한 나라, 중부·남부 아프리카는 카메룬 한 나라 자료로 지역 전체를 추산했다.
농약을 많이 쓰는 지역에서 진행된 조사를 그 나라 전체로 늘려 잡으면 실제보다 크게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3389/fpubh.2026.1825899
논문 정보 : Boedeker W, Watts M, Clausing P and Marquez E (2026) Worldwide unintentional acute pesticide poisonings: reassessing the occupational and non-occupational burden. Front. Public Health 14:182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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