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변기 물을 내릴 때 뚜껑을 닫으라는 말은 흔히 듣는 위생 상식이다. 그런데 변기 뚜껑을 닫는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변기 물 내림 관련 연구가 20편 넘게 쌓였는데도 정작 뚜껑을 닫고 측정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 제1048권에 호주 플린더스대 리라 아디야니와 해리엇 와일리 연구팀은 변기 물 내림으로 생기는 공기 중 미생물을 다룬 기존 연구 22편을 모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접 실험한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던 수치를 모아 다시 따져본 연구다.
변기에서 튄 물방울, 사람 키 높이까지 날아다녀
변기 물을 내리면 빠른 물살이 변기 안쪽에 부딪히면서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때 튀어 오른 물방울 중 작은 것들이 공기 중에 떠오르는데, 여기에는 물과 용변에서 나온 미생물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튀어 오른 물방울은 변기에서 수평으로 150㎝ 떨어진 지점, 바닥에서 163㎝ 높이에서도 검출됐다. 성인이 서서 숨 쉬는 높이는 대략 150~170㎝다. 물을 내리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변기에서 튀어 오른 물방울이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이 생긴다.
튀어 오른 물방울은 물을 내린 뒤 최소 20초 동안 공기 중에 떠 있는다. 크기는 대부분 3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코와 목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연구팀은 측정을 사람 기준으로 짧게 해 나온 수치일 뿐 물방울이 공기 흐름을 타면 150㎝를 넘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기존 연구 22편의 논문을 모아 통계를 돌린 결과 공기 중 미생물 농도를 좌우한 것은 미생물의 양과 물살의 힘이었다.
물속에 원래 들어 있던 미생물의 양에 따라 물속 농도가 10배 오르면 공기 중 농도는 2.6배 올라갔다.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이 1ℓ가 늘어날 때마다 공기 중 농도가 1.3 배씩 높아졌다. 내리는 물의 양이 늘어나면 물살이 강해진다.
실제로 연구에 쓰인 가정용 변기는 한 번에 적게는 3ℓ, 많게는 13.3ℓ를 썼다. 같은 변기라도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4배 넘게 차이가 난 셈이다.
변기 뚜껑 효과 있을 수 있지만 통계적으론 무의미
다만 변기 뚜껑을 연 상태가 닫은 상태보다 공기 중 농도가 23배 높았다. 뚜껑을 닫으면 변기에서 튀어 오르는 물이 적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수치다. 뚜껑을 닫고 측정한 연구 사례가 단 한 건뿐이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변기 뚜껑이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발생량을 줄이기보다 퍼지는 방향을 바꾸는 쪽일 수도 있다고 봤다. 뚜껑을 닫아도 물방울은 튀어 올라 변기 뚜껑이나 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이 같은 환기 효과 역시 관련 연구 자료가 부족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계로 답이 나오지 않은 것과 별개로 연구팀은 물을 내리기 전 뚜껑을 닫고, 환풍기를 켜거나 창문을 열고, 물이 적게 나오는 변기를 쓰라고 조언했다. 이런 조치는 공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의 양을 줄이고 떠다니는 시간을 짧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 22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측정한 탓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16/j.scitotenv.2026.182111
논문 정보 : L. Adiyani, K. Ross, B. Van den Akker, & H. Whiley, Aerosol and bioaerosol generation from toilet flushing: A systematic review and risk factor analysis, Sci. Total Environ. 1048 (2026) 18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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