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공공임대주택 요구 철회 어려워”

일대 주민들 1.7만명 반대서명 동참

“분담금 우려 가장 커…현장 문의도 없어”

시장 참석 간담회 개최…물량 놓고 협상 전망

8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12단지에 공공임대주택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연대서명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승현 기자
8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12단지에 공공임대주택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연대서명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승현 기자

“공문 오기 직전 13단지 국평이 15억8000만원에 거래됐거든요. ‘이제 16억원에 팔릴 차례구나’ 했는데 거래가 뚝 끊겼죠. 분담금만 몇천만원 더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주민이 반기겠어요.”

경기 광명시 철산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승현·김희량 기자] 지난 8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13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철산·하안주공 일대는 광명시가 돌연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될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박승원 광명시장은 직접 철산·하안 재건축연합회(철산12, 철산13, 하안1·2, 하안3·4, 하안5, 하안6·7, 하안8, 하안9, 하안10·11, 하안12)와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광명시는 임대주택 요구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광명시는 “사전협의 없이 임대주택 요청 공문을 보낸 부분에 대해서는 박 시장의 사과가 있었다”면서 “분담금 증가와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고 실무 부서가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향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업 지연으로 간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단지 가치와 주거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유연하고 실질적인 협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광명시와 연합회가 구체적인 물량을 두고 샅바싸움에 들어갈 전망이다.

광명시는 지난달 공문을 통해 “개발이익과 공공복리 간의 균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정비계획 수립(변경) 시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광명시는 2024년 3월 철산·하안택지지구에 대해 중첩용적률을 최대 330%까지로 정했는데 친환경·지능형건축물, 장수명주택, 공공임대주택을 반영하는 경우라고 조건을 달았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13단지 아파트. 윤승현 기자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13단지 아파트. 윤승현 기자

주민들은 2년 전 구역지정 당시 공공임대 계획이 전혀 없었던 데다, 친환경건축물 등 다른 요건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충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1만7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반대 서명을 했다.

현장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단지 곳곳에는 건설사 현수막 사이로 공공임대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철산동 주민 장모(54) 씨는 “신뢰를 깨 버린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가장 큰 건 분담금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 부담 때문에 집값이 오르길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저 여기에 계속 살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60대 중반 이모씨도 “어떠한 언질도 없이 갑자기 공공임대 요구가 나왔다”며 “물가도 많이 오르고 경기도 안 좋은데,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더 커진다니까 주민들은 모두 싫어한다”고 전했다.

사업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50대 김모씨도 “철산은 입지가 좋아 어떻게든 진행되겠지만 사업이 늘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안주공은 8개 구역 중 3·4단지만 시공사 선정을 마쳤고, 4개 구역에서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철산12단지는 지난 4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철산 주공12단지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 주민들 반대는 임대주택을 무시하는 차원이라기보다 대부분 사업 지연, 분담금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재건축은 시간문제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체념한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철산주공12단지 아파트에 걸린 조합 설립 인가 축하 현수막. 윤승현 기자
철산주공12단지 아파트에 걸린 조합 설립 인가 축하 현수막. 윤승현 기자

한동안 상승하던 집값도 관망세에 들어섰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직방이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매매시세를 비교한 결과, 광명시의 3.3㎡(평)당 매매시세는 1년새 28.4% 올랐다. 성남시 분당구(29.5%)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았다. 철산동 주공13단지에서는 지난 8월 14일에도 84㎡(이하 전용면적)가 15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할 정도였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이 곳은 문의가 꾸준히 왔는데, 최근 몇 주는 매매가 한 건도 없었고 문의도 뜸해졌다”면서 “임대주택이 들어온다면 세대 수가 관건일텐데 맞은편 철산자이더헤리티지아파트가 약 3800세대 중 92세대를 임대주택으로 넣은 전례가 있어서 그 비율보다는 적게 합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공공임대 도입에 따른 주민·건설사의 부담 증가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 될전망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권자의 요청이다 보니 주민들은 강요로 느낄 수 있다”며 “분양수익이 줄면 조합이나 건설사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마다 몇천만원의 분담금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매우 다를 수 있어 이를 맞춰가는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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