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엔진-창원 공장 르포
공장 내 선박엔진·부품 빼곡히 자리잡아
전방 산업 호황에 3년치 일감 이미 확보
전신은 STX중공업…2년 전 HD현대 품으로
HD현대 네트워크 활용해 신규 고객 발굴
연이은 호재에 수주잔고·영업이익 고공행진
올해 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130%↑
中 추격 뿌리치기 위해 친환경 엔진 개발 속도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창원)=한영대 기자] 지난달 31일 방문한 HD현대마린엔진 창원 공장. 공장 바깥에 자리 잡은 아파트 4~5층 높이(13m)의 선박엔진 8대가 바로 눈에 띄었다. 선박엔진 1대당 무게는 최대 430톤에 달했다. 이들 선박엔진은 최종 테스트를 마친 제품으로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조민식 HD현대마린엔진 책임매니저는 이날 “선박엔진 수요가 치솟으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일감이 몰리고 있다”며 “일부 조선사들은 공급 부족을 우려해 선주사들로부터 선박 주문을 받기 이전에 미리 선박엔진을 확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앞둔 제품들을 지나 들어선 2만평 규모의 공장 내부에는 제작 중인 선박엔진 10여대와 핵심 부품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전방 산업 호황에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연이은 수주에 HD현대마린엔진은 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공장은 제품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풀가동되고 있었다. 공장 천장에 설치된 크레인은 수백톤에 달하는 선박엔진 설비를 수시로 운반하고 있었다. 공장 한 켠에 마련된 제품 테스트 공간에서는 선박엔진 시험 가동으로 굉음이 끊이지 않고 울렸다. 근로자들은 선박엔진 내부와 바깥을 수시로 오가며 설비에 이상이 없는 지 확인했다. 강신원 HD현대마린엔진 책임매니저는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건 과거 조선업 호황 시기였던 2007~2008년이래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엔진 공장 인근에 위치한 6700평 규모의 자회사 HD현대크랭크샤프트 공장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게차들이 크랭크샤프트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쉴새없이 실어나르고 있었다. 크랭크샤프트는 선박엔진 피스톤의 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전환해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자회사 HD현대크랭크샤프트를 통해 크랭크샤프트를 자체 제작한다.
선박엔진 1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부품만 대략 수만개이다. 부품 및 설비 제작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오차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선박엔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강 책임매니저는 “설비 및 부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수평이 맞지 않을 시 제품을 다시 처음부터 조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HD현대 인수 2년…시너지 극대화
HD현대마린엔진 전신은 2001년 설립된 STX중공업이다. 주력 제품은 중형 선박엔진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HD현대마린엔진 매출에서 선박엔진 비중은 77.8%이다. 나머지 매출은 크랭크샤프트, 사후서비스(AS) 등을 통해 발생한다.
HD현대마린엔진이 HD현대 식구가 된 건 2024년이다. 대형 엔진을 주로 생산하던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800억원 이상을 투자해 STX중공업을 인수했다. 인수가 이뤄진 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현 회장)이 공장을 방문할 정도로 HD현대마린엔진에 대한 HD현대의 관심은 크다. 정 회장은 “그룹의 큰 축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의 사업 경쟁력은 HD현대에 인수된 이래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이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기술력 간 공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영제 HD현대마린엔진 상무는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 등에서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영업 측면에서는 HD현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의 인수 이후 정상궤도에 오른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역대급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탱커선(원유·석유 제품 운반선) 발주가 급증, 중형 선박엔진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HD현대마린엔진이 체결한 선박엔진 계약 규모는 총 19건, 87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4024억원) 대비 2배를 넘어섰다. 지난 6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1조6706억원으로 작년 말(1조889억원) 대비 53.4% 증가했다. 주문이 폭증하면서 선박엔진 1대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51억35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63억5100만원까지 늘었다.
우 상무는 “기존 고객사와의 거래를 확대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신규 고객 발굴에도 적극 나서면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들어 체결한 총 19건의 계약 중 중국향 계약은 절반을 훨씬 뛰어넘는 14건이다. 계약 규모는 5693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65.4%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조선 점유율 1위인 중국의 고객사 등으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자 HD현대마린엔진은 생산설비 최적화를 위해 65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 상무는 “선박엔진 공장은 우선 생산 효율을 높여 기존 수주잔고를 차질 없이 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할 경우에는 시황과 수주 물량을 고려해 증설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 없는 호황에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원)보다 1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4% 늘어난 261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인 5~10%를 훨씬 상회하는 24.4%이다. 수주잔고가 1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할 때 HD현대마린엔진의 실적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中 추격하고 있지만…“최대 5년 앞서 있어”
최근 조선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지만, 선박엔진에서는 여전히 HD현대마린엔진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우 상무는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한국 기업들보다 3~5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지만 선박엔진은 높은 신뢰성과 품질, 장기간 축적된 생산 및 조립 경험, 정밀 가공, 납기 관리 등이 함께 요구된다”며 “이 분야에서 국내 엔진업체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HD현대마린엔진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친환경 엔진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탈탄소 규제로 향후 친환경 엔진 수요가 치솟을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IMO 규제로 선주사들은 2028년 6월부터 기준치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시 1톤당 최대 탄소세 480달러를 내야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이미 친환경 선박엔진인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이중연료(DF) 엔진을 양산하고 있다. DF 엔진은 기존 연료인 디젤과 탄소 배출이 비교적 적은 LNG, LPG 등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된다.
우 상무는 “DF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보다 제작과 품질 관리 난도가 높다”며 “HD현대마린엔진은 그동안 축적한 DF 엔진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를 비롯해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엔진 기술도 선제적으로 확보,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