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그들은 밑바닥 인생, 이른바 흙수저였다. 가난은 벗어나기 힘들었고 좋아하는 축구도 실력이 변변찮았다. 오전엔 치료용 부목을 만드는 공장서 짐꾼으로 일했고, 공장일이 끝나면 축구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주급 30파운드(약 5만원)의 잉글랜드 축구 8부 리그 출신. 동료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생들의 구단’은 그래서 올시즌 우승확률이 고작 5000분의 1이었다. 하지만 0.02%의 가능성만으로도 기적은 탄생했다. 마치 축구판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이것은 만화가 아니다. 흙수저들이 9개월 동안 구르고 달리며 보여준 살아있는 현실이다.
레스터시티의 우승 주역은 짐꾼 출신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28)와 프랑스 빈민가 출신 리야드 마레즈(25)였다.
바디는 올시즌 22골로 득점 순위 3위를 달리고 있고, 미드필더 마레즈는 17골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바디는 지난해 1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며 11경기 연속골로 역대 프리미어리그 연속경기 최다골 신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맨유 판 니스텔루이의 10경기였다.
바디는 2007년 잉글랜드 8부리그의 아마추어팀인 스톡스 브리지 파크 스틸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주급은 30파운드(약 5만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오전엔 치료용 부목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엔 축구 훈련을 했다. 5부리그 플리트우드 타운을 거쳐 2012년 5월 레스터시티로 이적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무대를 밟았다.
‘8부리그 출신’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바디는 연습벌레답게 무섭게 훈련에 몰입했고 2013-2014 시즌 16골을 터뜨리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22골을 터뜨리며 팀 우승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바디는 우승 소식에 “지난 시즌에는 강등을 피하려고 싸웠는데 이번 주말 경기에서는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최근 경고누적에 따른 퇴장과 추가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바디는 8일 에버턴전에 출전, 우승의 기쁨을 함께할 전망이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마레즈 역시 빈민가 출신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체계적인 축구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길거리 축구선수’ 출신이다. 제대로 축구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전술을 이해 못해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특유의 드리블 능력과 패싱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마레즈는 프리미어리그에 데뷔 한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눈도장을 받았고, 올 시즌엔 개막 후 4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힌 마레즈는 “나는 이제 막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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