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할 때 험로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참패로 여소야대가 되면서 재정결핍을 우려한 야당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출장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외 여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나빠진다면 추경 편성에 의존해야 하거나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학자 출신으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던 유 부총리는 그동안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 둔화세 속에 수출이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고, 생산과 소비, 투자, 고용 등 내수 지표도 부진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2%로, 한국 성장률도 3.2%에서 2.7%로 대폭 낮췄다.
결국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유 부총리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확장적 재정 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부의 추경 편성 가능성도 전보다 커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 여소야대의 양상이 되면서 추경 편성 추진에 큰 걸림돌이 생겼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국회 통과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추경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과 함께 국민에게 부담을 지운다며 반대해 왔다. 또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회 의결이 필요한데 국회가 여야 협상을 거쳐 개원하려면 추경 편성은 올해 하반기나 돼야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 문제는 하반기에 추경을 편성한다 해도 경기 부양 시기를 놓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상반기 추경을 편성했다. 소비 활성화 등을 통해 하반기에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메르스 추경 때문에 작년 국가부채는 72조 불어난 128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재 추경 편성 없이 재정 조기집행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