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요구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시위는 다른 동부 도시로 번지며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14일부터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 작전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으며, 다급해진 러시아는 유엔(국제연합ㆍ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회부했다.
▶과도정부 “시위대 자진해산해라” ‘최후통첩’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언론 키예프포스트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북부도시 슬로뱐스키에서 13일 우크라이나 보안부대가 지역 경찰서를 점거한 친러 무장세력과 충돌하면서, 진압대원 1명을 포함해 양측에서 모두 3명이 사망했다.
지난 주말 도네츠크주 다른 주요 도시로 친러 분리주의 시위가 확산됐다. 도네츠크 제2도시 마리우폴에선 분리주의자 1000명이 시의회 건물을 장악한 뒤 건물 앞에 타이어와 보도블록 등으로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쳤다. 예나키에포의 행정본부에선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깃발이 세워졌고, 도네츠크시 옆 35만이 거주하는 마키예프카에선 마스크를 쓴 세력이 주정부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자치와 러시아 귀속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북부 크라마토르스카에선 친러 무장 세력이 경찰서, 시청사, 지역공항 건물을 점검한 뒤, 6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분석가 안드리안 카라트니크키는 동영상을 보고 “조직된 러시아 분리주의 팀이 들어왔고, 그 다음으로 자발적 지역 시위자들이 뒤따랐다. 자발적 시위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상주의자들로, 50달러를 받고 시위에 동참했다. 계획된 불법무장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13일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부터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투르치노프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시위대를 향해 “14일 아침까지 점거 중인 관청 건물들에서 떠나라”고 촉구하고 “무기를 반납하고 점거 중인 관청에서 철수하는 시위 참가자들에 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인명 피해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무력을 동원한 테러 행위에 대해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 추가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 안보리회의 긴급 회부 =러시아 외무부는 13일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논의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합법 대통령을 축출한 마이단(독립) 시위자들이 즉각 자국민에 대한 전쟁을 중단하고 2월21일 합의 이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월21일 합의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친서방 시위대가 맺은 것으로, 오는 9월까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 연말까지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한 것을 가리킨다. 이 합의에 서명한 뒤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도피했고, 과도정부를 구성한 친서방 세력은 오는 5월25일 조기대선을 치르기로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마이단 시위대의 서방 후원자들은 우크라이나 기초적인 개헌(연방제) 작업을 위해 모든 지역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하면서 “내전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서방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5월 대선을 미루고,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방으로 분권화하는 개헌을 먼저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13일 오후8시 미국 뉴욕에서 시작하는 안보리 회의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유혈사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러시아 언어 사용인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력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 다음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 지지를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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