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산업기반·에너지소비 구조 달라…온실가스 감축 주도권 쟁탈전 본격 개막
[파리(프랑스)=최상현 기자] 최근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놨던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Diselgate)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해법이 가솔린 하이브리드 진영으로 무게 중심의 추가 기우는 전환점이 됐다. 유럽이 밀고 있는 ‘클린 디젤’ 정책의 자존심은 여지 없이 무너졌다.
일주일 뒤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놓은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은 유럽이 주도하는 환경정책에 타격을 준 또 하나의 사건이 됐다.
온실가스 배출 1위와 2위인 두 나라는 공동의 탄소감소 배출목표를 제시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2017년부터 도입하겠다고 했다. 두 나라의 ‘강도 높은 규제’정책은 유럽을 겨냥한 ‘반격’이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을 막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는 모든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파리 테러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에게 세계 정치 경제 사회의 주도권을 내준 유럽은 일찌감치 온실가스 배출감소 규제로 대표되는 ‘탄소 전쟁’에서 미국을 제치고 패권을 탈환해 슈퍼파워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EU 창설 50주년이던 지난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회원국 각국에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스템을 확대했다. 지구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앞세워 미래 글로벌 산업 표준을 선점하고 팍스 유러피나(Pax Europina)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은 전세계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배출량 감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자국의 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유럽의 규제 방식에 미온적이었다.
미국과 EU, 두 대륙의 주장이 대립하는 데는 사회구조나 산업기반, 에너지 소비 구조의 차이에 있다.
고령화된 산업 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의 소비 이용이 높은 EU 국가들과 미국은 경제 산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과 EU 난민 사태 등 역내 혼란으로 유럽 주도의 기후변화정책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전기요금의 상승 없이도 석탄발전소를 가스발전소로 대체해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생겼다.
2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개막된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의 의제에는 또 선진국, 개발도상국 구분 없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따르는 재정 문제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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