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 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소위 ‘컴퓨터에 빠진 얼간이들(?)’이라고 평가받던 IT업계 기술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빠른 시간동안 눈부시게 성했다. 이들은 더 이상 기술자가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가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에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실리콘밸리로 너나할것 없이 모여들어 제2의 마크저커버그를 꿈꾼다. 실리콘밸리가 혁신산업의 요람으로 떠오른 것이다. 30-40대, 적게는 20대에도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21세기 젊은이들은 다시 한번 ‘캘리포니아 드림’을 실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두가 저커버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년 수많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는 동시에 수많은 젊은 기업들이 문을 닫는 비정한 곳이 실리콘 밸리이기도 하다.
올해 역시 그랬다.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기업들도 있지만, 주춤하거나 정체된 기업도 있다. 잘나가다가 한 번의 큰 위기를 맞이한 기업도 수두룩 하다. 그리고 역시나 IT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기업들도 있다. 2015년 올해 실리콘밸리의 슈퍼리치들의 UP&DOWN을 정리해봤다.
▶ 나날이 강건해지는 페이스북 = 마크 저커버그가 2004년 하버드대 졸업을 포기하고 페이스북에 모든 걸 쏟아붇기로 한건 용기있는 선택이자 최고의 결정이었다. 일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2015년 현재 사용자수가 15억을 돌파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소위 지구인의 25%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에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2014년 합계 200억달러가 넘는 가치의 오큘러스 VR과 와츠앱(Whatsapp)을 인수하면는 등 페이스북은 미래의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또 적절한 답을 찿아내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페이스북 2015년 3분기 실적을 통해 페이스북은 또 한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주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오큘러스의 리프트 VR은 2016년 출시돼 본격적으로 고객을 만나 수익을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서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현재 자산 465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 7위에 올라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더 늘릴 수 있도록 오지에 케이블망을 연결하거나 페이스북 단독 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인터넷 보급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커버그는 독보적인 인적 자원을 자랑하는 중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 직접 중국어를 배웠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그는 자신의 중국어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의 SNS 독주는 한동한 계속 될 예정이다.
▶ 대만의 ‘엘론머스크’ 떠오르는 아시아의 용 = 고고로(Gogoro)는 포브스가 선정한 ‘2015년 세계 100대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기업’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그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대만에서 출범한 고고로는 ‘스쿠터계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실제로 고고로의 공동창업주인 호레이스 루크(Horace Lukeㆍ44)는 테슬라 자동차의 광팬이기도 하다. 루크는 대만 스마트폰 회사 HTC의 CIO(Chief of Innovation Officer)를 그만두고 맷 테일러(Matt Taylor)와 함께 2011년 고고로를 창업했다. 고고로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스마트스쿠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고로의 미래는 밝다. 이미 올해 1월에 1억5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또, 포브스는 고고로의 기업가치가 4억달러 이상으로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유니콘(아직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10억달러의 가치가 넘는 스타트업 회사를 일컬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고고로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스마트스쿠터의 내장된 ‘충전식 배터리’이다. 맷 테일러는 ‘고고로의 스마트스쿠터는 아이폰처럼 충전을 하며 쓸 수 있는 스쿠터’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스쿠터의 상용화는 이르다. 배터리를 위한 충전소인 고스테이션(GoStation)이 먼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고로는 고스테이션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 다시 돌아온 트위터의 수장, 역경회복? = 2006년 트위터를 공동 창업했던 잭 도시는 2008년 권력다툼에 밀려 CEO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당한다. 맘이 상한 그는 대주주 자리는 유지하면서도 다음해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인 ‘스퀘어’를 창업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난 10월 잭 도시는 스퀘어를 IPO에 상장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의 주머니는 다시 두둑해진다.
도시가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키는 사이, 트위터는 고난을 겪는다. 140자에 틀에 같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들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다 빼았겼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트위터는 지난달잭 도시를 CEO자리에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잭 도시는 올해말부터 ‘트위터’와 ‘스퀘어’를 동시에 경영하게된다. 일각에서는 잭 도시가 과연 이 두 회사를 모두 잘 관리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는 오래전부터 수익을 내는 데 실패하여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스퀘어도 애플, 페이팔 등의 모바일 결제 경쟁사에 비해 독보적으로 뛰어난 점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심지어 2014년 1억5410만달러의 순손실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7760만달러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벤처기업 전문 분석가 브랜든 밀러(Brendan Miller)는 ‘스퀘어는 수많은 긍정적인 면을 가졌지만, 결정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기업’이라고 평했다. 과연 잭 도시가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어설프게 모두 놓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일이다.
▶ 시험대에 오른 ‘바이오 산업의 신데렐라’ = ‘피 한방울로 질병 수십가지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기술로 화제를 모았던 ‘테라노스’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스에게 2015년의 하반기는 즐겁지만은 않았다. 2015년 상반기 그녀는 45억달러의 자산을 모아 억만장자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포브스 선정 ‘자수성가한 여성 억만장자’ 1위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는 늘 ‘그 기술이 얼마나 정확하냐’에 대한 불신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존 캐리로우(John Carreyrou)는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검증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테라노스의 前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홈즈의 회사에 공식적인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홈즈는 ‘FDA(미국식약청)에 제대로 인증 받았고, 우리가 존 캐리로우에게 우리 회사기술의 혈액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지만 그가 거부했다. 그의 의구심은 부적절하다’라며 반박했다. 또한 ‘수백장의 문서를 그에게 보냈지만, 그 문서는 한 구절도 인용하지 않고 이런 기사를 썼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들은 이러한 엘리자베스 홈즈의 대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모양이다. 블룸버그,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경제전문지들은 그녀가 좀더 ‘어른스럽게’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대응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포브스의 바이오사이언스 전문 기자 매튜 허퍼(Matthew Herper)는 홈즈의 말대로 테라노스가 ‘전례없던 신기술’을 선보이는 것이라면 여론과 언론이 가지는 의구심에 ‘음모’라고 우길 것이 아니라 차분히 그들에게 신용을 줄 수 있는 대답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화려한 역사속으로 ‘Adieu(아듀)’ = 벤 카우프만은 2009년 떠오르는 신예 스타트업 창업주였다. 쿼키(Quirky)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실제로 개발하여 현실화 시키는 ‘발명 플랫폼’ 스타트업 회사였다. 쿼키가 처음 등장했을 때, 경제계 수많은 인사들이 ‘매우 영민한 창업주’라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창업한지 1년만에 카우프만은 65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으고 3년 후에는 79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30세가 되기도 전에 카우프만은 쿼키를 1억85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주변 아이디어를 수집해 현실화 시켜준다’는 모토를 내세워 저작권 사용로로 수익을 만들던 쿼키는 2014년 말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돈이 될만한 좋은 아이디어는 머리좋은 사람들이쿼키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등 여러 방법으로 적자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국 쿼키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9월 22일 벤 카우프만은 뉴욕 남부지역의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하지만 벤 카우프만은 아직 29세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청년이다. 비록 2015년은 그에게 우울한(?) 해였지만 그가 언제 다시 강력한 스타트업으로 등장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