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의 30년 만의 우승을 이끈 에릭 호스머 (사진=캔자스시티 트위터)
캔자스시티의 30년 만의 우승을 이끈 에릭 호스머 (사진=캔자스시티 트위터)

꼬박 30년 전인 1985년. 캔자스시티는 조지 브렛과 브렛 세이버하겐을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기세를 이어간 그들은 월드시리즈에서 미주리주 라이벌인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물론 당시 월드시리즈는 희대의 오심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캔자스시티가 2승 3패로 뒤진 9회말 0-1 상황에서 1루심의 오심으로 인해 캔자스시티가 역전승을 거뒀고, 이튿날 7차전 경기마저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가져 올 수 있었다.)지난해 와일드카드를 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까지 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약팀이었다. 1994년 지금의 6개 지구로 재편된 이후, 파업으로 인한 단축시즌을 제외하고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2003년과 2013년이 유이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같은 기간 지구 최하위를 8번, 4위를 6차례 기록했으며, 지구 우승은 고사하고 5할 승률도 채 되지 않는 부끄러운 2위를 기록한 1995년이 지구 내 가장 높은 순위였다.2000년대 들어 캔자스시티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 됐다. 2001년 캔자스시티는 팀 프랜차이즈 타이기록인 97패를 당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1969년 창단 후 43년 만에 첫 100패 시즌을 보내게 된다. 2002년부터 5년간 캔자스시티는 3번의 지구 최하위와 4번의 100패 이상을 기록했다. 캔자스시티가 첫 100패를 당한 2002년의 홈 평균 관중수는 16,334명으로,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975년 이후 37년 만에 최소 관중이었다. 팬들의 한숨은 점점 외면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하지만 팀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는 캔자스시티에게 싱싱한 젊은 선수들을 선사했다.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호스머, 무스타카스, 고든 3인방 모두는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내 지명자들이며, 에스코바와 케인은 캔자스시티가 지난 2002년 1라운드 6순위로 지명한 그레인키가 밀워키로 떠나면서 남겨 놓은 유산들이다. 2010년대 초반 당장의 성적과는 별개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강의 팜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그들은 지난해 비로소 그 결실을 맺었고, 올해 젊은 선수들의 질주는 정점을 찍고 있다.캔자스시티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10-4 승리를 거두고 1985년 이후 30년 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전까지 지구 우승을 위한 매직 넘버 2를 남겨두고 있던 캔자스시티는 이날 승리와 함께 지구 2위 미네소타가 패하며 지구 우승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캔자스시티가 1994년 6개 지구로 재편된 이후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올 시즌 지구 우승을 확정한 첫 번째 팀이 됐다.완벽한 시즌이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경험이라는 자산을 축적한 젊은 선수들은 한결 원숙한 기량을 뽐냈다. 7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캔자스시티는 지난 6월 10일 이후 한 차례도 지구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으며, 8월 중순 이미 지구 2위와 14.5경기까지 격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지구 우승을 예약하기도 했다.호스머는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으로 더 단단해졌다. 스프링캠프의 최강자였던 무스타카스는 올해만큼은 정규시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부상으로 시즌 중반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고든 역시 공,수에서 제 몫을 다했다. 어느덧 리그 최고의 포수로 자리매김한 페레즈는 데뷔 첫 20홈런을 달성했으며, 에스코바와 케인은 팀의 주축 선수들을 훌륭히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데이튼 무어 단장이 한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버틀러를 내보내고 팀 내 최다 홈런, 타점을 기록 중인 켄드리스 모랄레스를 영입한 일이었다.지난해 캔자스시티를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이끌었던 불펜의 견고함도 여전했다. 홀랜드가 다소 흔들렸으나, 에레라와 데이비스는 여전히 철옹성이었다. 호체바가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했으며, 부상으로 지난 3년간 그라운드에서 떠나있었던 매드슨은 캔자스시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2.7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WS 우승을 위한 과제지구 내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포스트시즌은 모든 것이 원점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아메리칸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한다는 전제 하에, 캔자스시티가 누릴 수 있는 이점은 홈 어드밴티지와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를 치른 팀과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난다는 점 뿐이다.(현재 캔자스시티는 아메리칸리그 승률 2위 토론토에 2경기차로 앞서 있다.)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을 것이다. 지금의 캔자스시티는 화려한 성적 뒤에 감춰진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선발진의 열세는 캔자스시티의 최대 약점이다. 이 대목은 제임스 실즈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해에도 직면해야 했던 문제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작년 포스트시즌에서 캔자스시티는 뜨거운 화력과 빈틈을 내보이지 않은 불펜을 앞세워 와일드카드부터 챔피언십시리즈까지 8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 우승 반지를 낄 수 없었던 것은, 상대의 특급 에이스 메디슨 범가너 단 한 명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급 투수 한 명의 가치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정규시즌보다 단기전에서 더욱 부각 되기 마련이다.지난해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캔자스시티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신시내티의 특급 에이스 조니 쿠에토를 영입했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어 대박 계약이 예상되는 쿠에토가 내년 시즌에도 스몰 마켓팀인 캔자스시티에서 뛸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럼에도 팀 내 유망주 2위인 브랜든 피네건 포함 세 명의 유망주를 내주고 반 년 밖에 쓸 수 없는 쿠에토를 영입한 것은, 온전히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결단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쿠에토는 캔자스시티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이날 7이닝 3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캔자스시티 이적 후 성적은 3승 6패 평균자책점 4.99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디트로이트 전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기 직전 5경기에서는 5패 9.57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캔자스시티 구단 수뇌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선수들 가운데 볼퀘즈만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크리스 메들렌이 선발로 전환해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토미 존 수술을 받기 전 애틀랜타 시절의 완벽한 퍼포먼스는 결코 아니다. 캔자스시티가 쿠에토를 영입한 단적인 이유다.특히나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토론토나 텍사스, 휴스턴은 프라이스와 해멀스, 카이클이라는 특급 선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로테이션의 풍부함도 캔자스시티를 앞서고 있다. 또한 월드시리즈에서 맞불게 될 내셔널리그 팀들 모두는 캔자스시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양질의 선발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팀들이다. 쿠에토가 당초 구단에서 기대한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는 올해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대단히 크다.불펜도 지난해 보여준 난공불락의 모습은 아니다. 일단 ‘불펜 삼대장’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홀랜드가 결국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선언됐다. 웨이드 데이비스라는 훌륭한 대안이 버티고 있으나, 그 두터움은 한결 옅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캔자스시티 불펜에는 이들 외에도 매드슨과, 호체바, 모랄레스 그리고 롱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크리스 영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던 뒷문의 단단함이 올해도 같은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최근 기세도 고민거리다. 이날까지 캔자스시티의 후반기 성적은 37승 29패(.561)로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반기의 .605에 비하면 그 기세가 수그러든 것이 사실이며, 특히 최근 19경기 성적은 7승 12패로 승률이 4할이 채 되지 않는다(.368). 지난해 캔자스시티가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압도적인 전력 때문이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었던 기세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수년간 포스트시즌의 흐름은 각 팀의 절대적인 전력보다 기세 싸움에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캔자스시티는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위한 리그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정규시즌 팀 분위기를 잘 추스러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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