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5위, 80여개의 계열사, 연매출 83조원, 임직원 수 10만여명….
한국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롯데그룹의 미래가 결정될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지만, 총수 일가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형제의 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분란의 근원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독단적인 황제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의 황제식 경영은 그룹 지배구조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는 최근까지 신 총괄회장이 장악해왔고, 지분구조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외부의 견제없이 소수 오너의 힘에 의해 그룹 전체가 좌지우지될 수 있도록 장치해 둔 것이다.
롯데는 그룹의 최상부를 숨기기 위해 철저히 노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롯데계열사들이 공모사채보다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모방식의 자금 조달을 선호한다는 데서 드러난다. 2013년 한국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는 공모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자 제출을 거부하다 아예 발행을 취소해버렸다. 호텔롯데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는 다른 롯데계열사도 마찬가지다. 31일 롯데쇼핑은 1100억원어치 5년 만기 사모사채를 발행한다.
지배구조에 둘러쳐진 암흑의 장막 뒤에서 신 총괄회장은 그룹 전체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왔다. ‘형제의 난’이 시작된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손가락 해임’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일각에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 자명한 방식을 그가 택한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이제까지의 롯데에서는 그런 식의 경영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뤄져왔다는 것이 롯데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롯데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말은 그룹 내에서 법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장남 신동주가 아버지의 서명이 담긴 지시서를 들고 나왔는데, 신 총괄회장이 서명이나 도장을 이용해 지시를 내리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구두 경영이 일반적이다”고 했다.
황제식 경영은 총수가 카리스마적 통치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을 경우에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룹은 위기로 줄달음친다. 94세로 재계 최고령 총수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판단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족벌경영, 폐쇄적 경영, 문어발식 경영, 황제식 경영은 한국 재벌이 형성된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전근대적 경영 방식을 이제는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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