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확정받고 복역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유난히도 애국가를 싫어했었다. 2011년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진당 출범식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사실이 문제시 되자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며 “차라리 아리랑이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그는 지하조직 모임 때는 북한의 적기가를 즐겨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한다면 한국 국민으로서 사상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독립운동가들은 항일구국을 위해 태극기와 애국가로 싸웠고, 현재도 국민들은 애국가를 가장 많이 듣고 부른다. 이 자랑스런 애국가에는 그러나 감춰진, 일부러 외면돼 온 사실이 있다. 윤치호의 작사가 분명함에도 작사자 미상으로 처리돼 있는 것이다. 광복절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출간된 <애국가 작사자의 비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누가 지었나>(신동립 저ㆍ지상사)는 이런 ‘눈가리고 아웅’ 행태를 비판하고 현실을 인정할 것을 주문하는 책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 시작하는 애국가에는 ‘안익태 작곡’이라고만 돼 있다. 작사자의 성명은 없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 11대2로 윤치호 단독 작사에 힘이 실렸지만 만장일치되지 않은 까닭에 작사자 미상으로 처리된 것이다.

애국가 연구의 권위자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주관의 1955년 애국가작사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가 애국가 작사자에 대해 1972년 ‘미상’으로 쓴 대목을 지목한다. 이 부분이 2년 뒤 ‘단언하기 어려움’이라고 바뀐 것은 사실상 윤치호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그는 풀이하고 있다고 이 책은 소개한다.

저자 신동립 씨는 이 책에서 “‘애국가(작사 윤치호ㆍ작곡 안익태)’라고 명기하는 것이 힘든가. 무슨 천기누설일까”라고 반문하고 “우리나라 역사 정보의 총본산을 자부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수방관이 불가사의”라고 지적한다. “애국가를 안 부르는 자생적 빨갱이들을 탓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는 날선 비판도 이어간다.

저자 신 씨는 논쟁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정부가 수십년간 알고도 외면했던 사실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사자 윤치호가 친일파라는 이유로 더 이상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것이다.

“분단 이전 민족 구성원 모두가 부른 애국가는 민족 대통합을 위해 오늘도 절실히 필요하다. 상하이 임정시절 애국가 작사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동지에게 김구는 ‘우리가 3․1운동을 태극기와 애국가로 싸웠는데, 누가 지었는지가 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여전히 유효한 답변이다.”(지상사 서평에서)

“이상화가 소치 동계올림픽 현장에 울려 퍼진 애국가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애국가가 나오면 그냥 감동이 밀려와요.’ 한국인의 정서이다. 윤치호와 안익태, 친일 듀오라며 눈을 부라리기에는 애국가가 품고 흘러온 고난과 보람의 역사는 너무도 먹먹하다.”(책 087쪽에서)

저자 신 씨는 1964년 서울에서 출생해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하트퍼드셔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왔다. 1990년 일간스포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현재 뉴시스 편집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칼럼 ‘신동립 잡기노트’도 온라인과 잡지에서 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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