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났지만 미술관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정치인, 정부관리, 기업인, 교육자, 언론인마저도 미술관의 기능을 잘 알지 못하는데다 심지어 미술관과 화랑(갤러리)을 구별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술을 잘 모르니까’ 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발굴, 추진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기 때문이다.
자, 미술관과 화랑은 무슨 일을 하고 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먼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는 미술관의 사전적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미술관이란 문화·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ㆍ관리ㆍ보존ㆍ조사ㆍ연구ㆍ전시ㆍ교육하는 시설을 말한다’.
한편 화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작품의 전시장을 경영하는 조직으로 예술활동과 미술품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경제활동의 장을 지칭’한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는 도서관은 미술관, 서점은 화랑에 비교해 설명하면 금방 이해한다.
우리는 다양한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도서관을 방문하고 그 시설을 이용한다. 물론 책은 서점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사고 싶은 욕구도 생기기 마련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관람객은 단지 전시된 작품만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련 연구물이나 소장품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문화행사에도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미술관을 찾는다.
그러나 미술관만 있으면 미술문화가 발전할까? 그렇지 않다. 비영리 공공기관인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팔지 않으니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작품을 사고 파는 화랑이 없으면 미술품 수요자(구매자)는 경매사나 작가와의 직거래를 통해서만 작품을 사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미술품 거래량과 미술시장의 규모가 국가경제를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 시대적 흐름에도 거슬리는 일이다.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아트컬렉터인 찰스 사치는 미술관과 화랑이 기능은 다르지만 서로 상생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모음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입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예술의 영구적인 중요성에 대한 내 믿음을 강화시켜주죠. (중략) 레오 카스텔리(미국의 세계적인 화상)는 내가 그저 감상적인 예술 팬에 불과할 때 몇 년에 걸쳐 많은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었고 갤러리를 열게 끔 나를 자극한 것도 그의 열정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미술관과 화랑을 혼동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행복한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