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이다!”
우크라이나 최남단의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반(反) 새 정부, 친 러시아’ 세력의 봉기가 거세지면서 우크라이나 국토의 5% 정도인 크림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과격한 분리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러시아가 흑해 연안에 군 병력을 강화하면서 전쟁 발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주민 58%가 러시아계인 크림은 오는 5월 자주권 확대에 관해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림 공화국 의회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조기대선일인 5월25일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여부를 묻는 주민찬반 투표를 함께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표결에는 재적 의원 100명 가운데 64명이 참석해 절대 다수인 61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투표 용지에는 ‘국제조약과 협정에 근거해 우크라이나의 구성원이 된 크림의 국가적 자체 결정권을 지지하는가’란 질문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은 국가적 독립성을 가지며 조약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구성원이 된다는 조항에 찬성하는가’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소총과 기관총 등을 무장한 친러계 시위자들이 크림 수도 심페로폴에 있는 정부 청사와 의회를 점거했으며, 시내에서 친러계와 반 러계가 충돌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크림 공화국 보건부는 이 날 총돌로 여성 1명이 시위대에 밟혀 숨지는 등 2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합헌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28일 기자회견을 자청, 친러계 세력 결집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26일 군 통수권을 넘겨받은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 대행은 크림 사태가 심상치 않자 크림 주민과 협상을 위해 조만간 심페로폴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주민투표가 예정대로 실시되면, 투표 결과 ‘분리 독립’ 찬성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주민 출신을 보면 전체 197만명 주민 가운데 러시아 58%, 우크라이나계 24%, 러시아로 강제추방 당한 역사로 반러 정서가 강한 타타르계 12% 등으로 러시아계가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크림이 1954년 우크라이나로 편입되기 이전의 영토인 러시아로 재편입을 주장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 날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크림 의회의 주민투표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불허 입장을 밝혔다. 선거법 전문가들도 지역 자치 단체가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크림의 주민투표 결정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크림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자,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계 주민 보호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주민에 대해 러시아 여권 발급을 간소화하는 법안을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크림 분리독립 움직임에 따라 러시아가 군사 개입에 나서고,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유럽연합(EU)와 미국을 자극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전 러시아 대통령 경제자문을 한 이고르 유르겐 현대발전연구소장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다. 푸틴이 중압감을 느낄 것이다”면서 “크림이 분리돼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면 보수주의자들은 찬성할 지라도, 이는 재앙이 될 것이다 . 그 여파는 재앙이 될 것이다. 냉전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남긴다”고 말했다.
이 날 브뤼셸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에서 아네르스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를 향해 군사개입을 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헤이글 미국 국무장관도 나토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존중해야한다”며 러시아의 도발 자제를 당부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크림반도 개요> 공식명칭: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면적: 2만5600㎢ (강원도 2만569㎢)
인구: 197만명
민족구성: 러시아계(58.5%), 우크라계(24.4%), 크림 타타르계(12.1%)
최대항: 세바스토폴(잠수함 3척 등 흑해함대 군함 30척 주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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