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새벽 쇼핑족도, 밤 새 달린 취객마저도 사라진 새벽 6시 동대문은 지나가는 차량과 아침 장사를 준비하는 상가 불빛만이 남곤 한다.
그러나 11일 새벽의 풍경은 달랐다. 이날 지하철역 동대문역 10번 출구 앞에는 츄리닝 바지에 두툼한 오리털파카를 입은 젊은 남녀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가까이는 혜화동에서, 멀리는 강남, 상계동에서 몰려온 이들이 만든 줄은 지하철 역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한의원까지 이어졌다. 족히 200m는 넘을 법했다. 그 줄의 끝은 통신 3사의 로고가 선명한 한 휴대폰 가게에서 끝났다.
11일 휴대전화 보조금 대란의 ’끝판왕‘이 떴다. 전날 저녁 스마트폰 메니아들에게 배달된 “아이폰5 할부원금 10만원, 갤럭시 노트3 14만원”이라는 한 통의 문자메시지는 ‘동대문 대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에 집착하는 정부의 단속을 비웃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은 좀처럼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 갤럭시S4가 마이너스 폰으로 등장한 데 이어 불과 이틀만에 최신 노트3, 그리고 좀처럼 보조금을 거부했던 아이폰도 보조금의 타겟이 됐다.
이날 동대문 대란을 불러온 갤럭시 노트3, 아이폰5에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밝힌 출고가와 비슷한 각각 90만원과 80만원의 보조금이 붙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토요일 인터넷을 달궜던 ‘마이너스’ 갤럭시S4-A가 실구매자는 좀처럼 찾기 힘든 ‘그들만의 잔치’였다면, 이날은 소비자들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통신사 보조금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보조금 전쟁의 현장은 동대문이 전부가 아니었다. 노트 3를 8만원에 판다는 성남 신흥역 지하상가 휴대폰 매장에는 멀리 평택에서까지 올라온 고객들이 모였고, 수유, 월계 등 역시 휴대폰 매장이 밀집한 서울 이곳저곳에서도 경쟁적으로 파격적 조건을 내건 판매상들이 눈에 띄었다.
업계에서는 때 아닌 2월 보조금 대란에 대해 보조금 규제를 골자로 하는 단말기유통법 통과를 앞둔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 그리고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제조사들의 밀어내기 식 물량 공세가 더해진 결과로 해석했다. 보통 2월은 번호이동 유치 경쟁이 뜸한 시기다. 실제 지난해 경우 1월 97만 건에 달했던 번호이동 건수는 2월 80만건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날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이라며 통신사의 과열 경쟁이 ‘동대문 대란’의 이유라고 비판했다. 반면 통신사 관계자들은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제조사, 그리고 이들에게 질 수 없는 경쟁사들이 특정 통신사와 손잡고 보조금을 늘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동대문 대란에 동참했던 한 네티즌은 “새벽에 폰 사러 가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벽 폰 사기라는 혁신을 방통위가 창조한 셈”이라고 이통사들의 경쟁을 제한하려는 정부 당국의 정책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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