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 맴돌아 정치권·일부 기업인들 비뚤어진 인식 여전 국민들 “국회의원·고위 공직자 가장 심각” 외국기업인들도 “정경유착이 주원인” 꼽아 김영란법·관피아 방지법 등엔 긍정적 평가
정부의 부패척결 구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패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한 외국 기업인들도 한국의 정치권력과 기업인과의 정경유착을 부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년 전의 세월호 참사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 등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증대됐고 이에 대한 처벌 기준도 높아졌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보듯 부패를 관행으로 치부하는 정치권과 일부 기업인들의 비뚤어진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가장 투명하고 부패가 없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55점에 머무르며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부패지수는 세계은행(WB),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실시한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청렴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수다.
특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0점 만점에 54~56점으로 OECD 중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30~40점 차이가 나며 일본(76점), 싱가포르(84점), 홍콩(74점)보다 20~30점 낮다.
심지어 칠레와 우루과이(각각 73점) 등 남미 국가는 물론 UAE(70점), 카타르(69점) 등 중동 국가들보다도 낮다.
이러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전세계 조사대상 175개국 가운데 43위로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 수출 및 주식시장 시가총액 각각 7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GDP 2만달러ㆍ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지만, 청렴도 측면에서는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도성장 속에서 투명성과 윤리문제를 소홀히 여긴 결과다. 부정부패가 있더라도 성장만 하면 된다는 성장제일주의, 기업도 이익만 내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이익우선주의의 왜곡된 인식구조가 빚은 부끄러운 모습이다.
특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국회의원의 부패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이 금품수수와 청탁 등 부정부패를 중대한 경제ㆍ사회적 범죄 행위가 아니라 관행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실이 실시한 ‘부패 수준 인식과 척결 방향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부패한 것을 10점을 기준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부패체감지수가 8.33점으로 조사대상 직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위공무원 7.42점 ▷지방자치단체장 7.29점 ▷인ㆍ허가 담당 공무원 7.21점 ▷세무 담당 공무원 6.84점 등의 순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의 부적절한 운항 승인과 부실한 안전검사’(36.7%), ‘정부 및 정부 산하기관, 민간기업 간의 비정상적 유착관계’(32.8%) 등을 꼽아 부패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의 ‘2015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에는 올해 한국의 부패지수는 6.28(10에 가까울수록 부패)로 지난해 7.05보다 소폭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조사 대상 16개 중 12개국의 지수가 개선돼 전체 평균이 0.3가량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인 셈이다.
올 PERC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정치권력과 기업인과의 정경유착을 부패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다.
앞서 2013~2014 PERC 보고서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납품비리 ▷부패행위로 기소된 재벌총수에 대한 관대한 처벌 ▷정치인들의 부패척결 의지 약함 등이 부패지수의 악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PERC보고서는 김영란법 제정과 관피아법 개정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PERC는 “김영란법 제정안 마련, 공익신고제도,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 등은 적극적인 반부패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현직 국무총리의 연루 의혹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물론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의 글로벌 진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 가운데 한국의 부패수준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청렴도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