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만 자며 공부’ 선천성 질환 이겨낸 정재은씨 등 3만1171명 -교육부 개최 ‘학점은행제ㆍ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서 ‘영광의 졸업장’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정재은(여ㆍ34ㆍ사진) 씨는 뼈가 달걀 껍질처럼 약해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났다. 자라는 동안 계속 뼈가 부러져 어린 나이에 젓가락보다 얇은 철심을 뼈 옆에 넣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무려 15차례나 받아야만 했다.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해서 남들보다 늦은 우리 나이로 열 살 때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3년 밖에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독학으로 초등학교 나머지 학년과 중ㆍ고교 과정을 마쳤다.

정씨가 공부에 다시 눈을 뜬 때는 2004년 ‘KBS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입상(인기상), 장애인 대상 방송인 KBS 제3라디오에서 리포터 활동을 할 때였다. 장애인들의 권리의식이 얼마나 취약한지,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그는 느꼈다.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돕겠다며 2005년 뒤늦게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를 마치고 2009년 고려대 일반대학원 법학과에 진학했다. 석사과정을 이수 중 장애인 관련 쟁점을 공부하면서 장애인에 대해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복지학과도 같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정씨는 느꼈다.

2012년 석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정씨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학 공부도 병행하게 됐다. 한 학기에 법학ㆍ사회복지학 각 12학점 등 비장애인도 어려운 총 24학점을 듣는 빠듯할 일정을 그는 주중 하루 1시간만 자며 버텼다.

지난 2년간 노력으로 정씨는 사회복지학 학사,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게 됐고 박사학위 논문까지 제출했다. 이를 인정받아‘2015년 학점은행제ㆍ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는 특별상(교육부장관상)도 받게 됐다. 그는 “지금까지 배운 법학과 사회복지학을 접목해, 이론과 실무, 법과 정책을 섭렵할 수 있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밝혔다.

교육부는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개최한 ‘2015년 학점은행제ㆍ독학학위제 수여식’을 개최했다. 학점은행제는 대학과 사회기관에서 학점을 취득해 전문대·대학 학력을 인정받는 제도이고, 독학학위제는 시험을 거쳐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다.

이날 정씨를 포함한 학점은행제 학사ㆍ전문학사 2만9813명과 독학학위제 학습자 1358명 등 모두 3만1171명이 학위를 받았다.

정씨 외에도 탈북자 출신으로 병마 등 각종 어려움을 이기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전문학사를 받은 채신아(여ㆍ43) 씨가 특별상(교육부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골육종(뼈에 생기는 암)과 가난에도 시나리오 게임 기획자를 꿈꾸며 학점은행제 전문학사를 취득한 이대수(27) 씨(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 오른팔 절단이라는 장애를 딛고 학점은행제로 행정전문학사를 딴 최경석(58)씨(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 근육병 아들을 돌보며 독학학위제로 24년 만에 학위 취득의 꿈을 이룬 공무원 현수환(52) 씨(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도 특별상을 받았다.

이날 학점은행제 학위취득자 중 여성 비율이 70.8%(2만1111명)이었고, 연령별로는 20대 후반∼30대가 47%, 학력별로는 전문대졸 이상이 40.0%를 각각 차지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