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최고 유흥가 ‘산리툰’ 의 화려한 여름밤
외국대사관·외교관 거주지 인근 유럽풍 카페·바엔 외국인들 북적
동네 공원·공터·휴게실에선 서민들 마작·춤·트럼프도 즐겨
[베이징=박영서 특파원]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베이징 특유의 열대야가 찾아오면 베이징 최고의 유흥가 ‘산리툰(三里屯)’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화려하고 아름다워진다.
베이징의 ‘여름밤 문화’를 상징하는 산리툰 카페거리에 들어서자 손님들을 끌려는 종업원들의 호객행위가 뜨겁다. 길가에 길게 줄지어 있는 유럽풍의 카페는 빨간색 조명을 받아 분위기가 요염하다. 중국이 아닌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불야성’을 이루는 크고 작은 카페에선 젊은 남녀들이 한데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든다. 이따금씩 처음 보는 소녀가 다가와 장미꽃을 건네기도 하고 거리의 화가가 그림도 그려준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면 처음 보는 여성들이 다가와 “같이 얘기하자”면서 말을 건다. 대부분 업소에 고용된 여성들이다. 이들과 어울리다가는 ‘100% 바가지’다.
산리툰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이다. 이 거리 부근에는 외국 대사관, 재중 외교관들의 거주지, 쇼핑센터 등이 자리하고 있어 외국인들로 북적북적하다.
마침 벽안의 외국인 남녀들이 파라솔 아래에서 맥주로 더위를 달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을 베이징(北京)대에서 연수 중인 유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미국 대학생은 “이곳에 오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서 “산리툰은 외국인들에게 외롭지 않은 밤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넘어가자 싼리툰의 밤은 절정을 이루면서 그 진가를 뿜어댄다. 카페와 클럽들이 네온사인을 밝힌 모습은 흡사 서울 홍대앞 클럽거리를 연상시킨다.
바 내부의 작은 무대에선 라이브 공연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매혹적인 조명과 음악이 손님들의 숨어 있는 열정을 분출시킨다. 마치 콘서트에 온 것 같다. 어두운 구석자리에선 흐느적거리는 남녀간의 은밀한 속삭임도 들린다.
산리툰은 베이징의 여름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원래 자동차부품과 옷 시장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1989년 첫 번째 ‘바(bar)’가 개업한 것을 기점으로 ‘바(bar) 거리’로 변하면서 지금은 중국 ‘바(bar) 문화’의 상징이 됐다. 현재 산리툰 주변 3㎞ 내에 300개가 넘는 ‘바’들이 밀집해 있다. 이는 베이징 전체 ‘바’의 60%에 달한다.
산리툰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왕하오(王浩) 사장은 “가장 뜨거운 베이징의 밤 문화 지역은 당연히 산리툰”이라면서 “여름이 되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 외지 관광객들까지 찾아오는 베이징의 가장 손꼽히는 교제장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산리툰 바 거리가 너무 시끄럽다면 인근 소호(SOHO)빌리지나 명품쇼핑센터로 발길을 옮겨 여름밤을 즐기면 된다.
최신 유행 흐름을 내뿜고 있는 명품가를 찾아가 눈요기를 하거나 특색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본다. 대형 스크린에서 방영되는 축구경기를 보고 환호해도 되고 분수대 옆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히는 여유도 맛볼 수 있다.
아니면 역사가 숨쉬는 ‘우아한’ 스차하이(什刹海)의 호숫가를 찾아 무더위를 식히면 된다. 베이징에서도 가장 로맨틱하다는 스차하이 호숫가, 그 호숫가 불빛 아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이따금씩 ‘곁눈질’해보는 맛도 쏠쏠하다.
일반 서민들은 밤이 되면 동네 공원이나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갖가지 댄스를 춘다. 전통 춤에서 탱고, 차차차, 룸바, 그리고 에어로빅까지 여유롭게 한여름 밤을 즐긴다.
한쪽에선 한 무리의 중년 남녀들이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춤을 추며 돌아간다. 거리낌없이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다른 한쪽에선 태극권을 수련하거나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솜씨를 뽐낸다.
아파트 공터나 휴게실은 밤만 되면 마작이나 트럼프를 하는 주민들로 가득 찬다. 몇푼 안되는 판돈을 걸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함께 즐긴다. 아줌마들의 마작 솜씨에 아저씨들이 쩔쩔맨다.
베이징의 밤거리도 여름이 되면 많이 바뀐다. 섭씨 35도가 넘는 베이징의 여름은 견디기가 어렵다. 시내버스에서는 에어컨을 기대하기 어렵고 출퇴근 시간 버스와 지하철의 인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밤이 되면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배불뚝이 아저씨’들은 웃통까지 훌렁 벗어버리고 노상에서 양꼬치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피로와 더위를 잊는다. 저녁식사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도로변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속옷 차림으로 누워 피서를 즐기는 가족들도 많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술에 취해 흐느적흐느적 밤거리를 거니는 남자들도 눈에 띈다.
옛 문화와 새 문화가 접목되면서 베이징의 여름밤은 이래저래 뜨겁다.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베이징의 ‘나이트 라이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