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특별히 어렵거나 힘든 도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더라고요.”

시각장애인인 김헌용(27) 씨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번역과 입학을 앞두고 새삼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0학년도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결과 영어교사로 합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서울에서 1급 시각장애인이 일반교과 교사가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지 3년. 교단에 서는 일이 제법 익숙해지자 그가 이번엔 ‘전문 번역’ 공부에 나섰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개원이래 시각장애인의 입학은 김 씨가 최초다. 그는 통번역대학원 입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전적으로 학교와 학생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교단에 서고 첫 1년간 학생들의 평가는 ‘시각장애인 선생님이지만 대단하다’ ‘시각장애인 선생님이지만 좋다’ 였어요. 그만큼 편견이 있었죠. 시간이 흘러 이제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선생님’이 됐어요. 그런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그는 일반 사람들도 통과하기 힘들다는 관문을 단 한번에 모두 합격해 주위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한번도 ‘입시형 공부’를 한 적이 없다”며 겸손해했다.

“임용시험도, 통번역대학원 입학시험도 따로 ‘시험 공부’라는 생각으로 한 것은 없어요. 좋아하는 영어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들었고, 번역에 흥미를 느껴 공부를 하다보니 통번역대학원 입학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좋아하던 분야여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씨는 앞으로 2년간 휴직을 하고 번역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졸업 후에는 본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애ㆍ특수교육 서적을 번역하는 일도 제가 잘 할수 있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끝내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갔을 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학원 과정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그는 학업을 위해 정들었던 학교를 잠시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좋아하는 것 부터 천천히 시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인 제가 이렇게 교사가 되고 통번역대학원에도 입학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단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했더니 기회가 열렸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어느새 한 걸음 더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