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중곡동 주부 살해 사건’의 피의자 서진환(44) 씨가 과거 검사의 엉터리 기소와 판사의 잘못된 재판으로 적어도 3년 가량의 징역을 적게 산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과거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 2004년 4월 서울 면목동에서 한 20대 여성을 강간(특수강도강간 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씨는 1997년에도 한 가정주부를 강간(강간치상)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2년 출소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최하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아야 할 처지였다. 서 씨가 지은 죄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고,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특강법)의 적용을 받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일정 기간 내 반복해 저지를 경우 형이 2배 가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서 씨에 대해 특강법이 아닌 일반 형법의 누범 조항을 적용해 기소했다. 형법 35조는 재범을 저지른 자에 대해 ‘형의 장기에 대해서만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서 씨가 받게 될 최소한의 형량(5년)은 가중되지 않는다.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의 재판부 역시 검찰의 이러한 잘못된 법적용에 대해 직권판단으로 시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잘못을 그대로 받아들여 최하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아야 할 서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3심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상 이런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기회가 있지만 이 마저도 불가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때문이다. 항소는 서 씨만 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1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서 씨 형량까지 늘릴 수는 없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 항소한 사람에게 불리하게 판결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때문이었다.
결국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서 씨는 7년의 징역을 살고 난 뒤 2011년 11월 출소했다. 그리고 9개월 뒤인 이듬해 8월 서 씨는 서울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한 가정주부를 강간하려다 실패하고 무참히 살해했다. 결과적으로 재판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여전히 감옥에 있어야 할 서 씨가 검찰과 법원의 잘못된 법적용으로 인해 일찍 출소해 참극이 빚어진 것이다. 당시 1심과 항소심을 맡았던 검사는 현재 각각 모 대학 교수와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 중에 있다. 1심 판결을 맡았던 판사는 이후 모 대형로펌에 들어가 최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저축은행 금품 수수 사건을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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