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소득층 엥겔지수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정부 통계가 주목된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이전보다 더 팍팍해져 단순히 먹고사는 데 들어가는 돈에 대한 부담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소득 하위 20%의 경우 식료품비와 외식비를 합해 실제 먹는 데만 벌어들인 전체 수입의 3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있는 소득 상위 20%의 엥겔지수는 저소득층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서민들 살기만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엥겔지수를 끌어올리는 주범은 물가다. 소득은 쥐꼬리만큼 느는데 물가는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른다면 서민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생활고가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지난해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지만 식료품은 일반 물가보다 두 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세 및 월세가 크게 올라 서민의 주거비 지출 증가까지 겹쳐 안팎 곱사등 신세다.
올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정권교체기를 틈타 느슨한 물가관리로 서민 가계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당장 전기 가스 수도 등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가 올 들어 크게 올라 요금 고지서 받아들기가 겁이 날 정도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 서민 교통수단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평균 인상폭이 4%를 넘는 데다 모두가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어서 체감 물가는 훨씬 높다.
정작 서민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하는 것은 폭등 수준의 장바구니 물가다. 우선 고추 양파 등 야채류 값은 상승폭이 아예 세자릿수다. 더욱이 밥상 물가를 잡아주던 중국산 농수산물의 반입이 줄면서 더 기승이다. 중국 산둥 지역의 한파 영향도 있지만 현지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한국으로 건너올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쌀과 밀가루를 필두로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기본 식품비 가격도 도미노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젠 김치조차도 마음 놓고 해 먹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국민행복’은 요원하다. 민생과 직결되는 물가 관리의 고삐를 지금부터라도 단단히 죄야 한다. 특히 방만한 경영 때문에 쌓인 공공기관의 적자를 요금 인상으로 서민에게 전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새 정부의 성패는 물가 관리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