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물보다 깊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만해 한용운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굳은 돌, 밝은 달에 빗대면서 그 깊이를 ‘봄물’에 비유했다. 온 산과 들의 눈과 얼음이 봄 기운에 녹아 내리면서 개울물이 부쩍 깊어지기 때문이다.
장마철 직후 계곡을 찾으면 콸콸 넘치는 계곡물 때문에 더욱 멋있다고 하지만, 이른 봄 날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르거나 얼어있던 바위가 폭포로 변하고 하류에선 돌과 옥수(玉水)의 재잘거림이 이어지는가 하면, 아이의 웃음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지면서 4중주 교향악까지 감상할 수 있다. 나뭇가지, 바위 틈새를 지나면서 맑아진 봄물에선 ‘순정’까지 느껴진다.
2월 18일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다. 보름 전 입춘(立春)은 봄을 향한 희망의 표현이다. 입춘이 지나고도 섭씨 영하 10~15도 혹한이 일주일 가량 지속됐으니, 우수에 이르러 비로소 봄의 초입에 들어서는 것이다.
대동강이 풀리니 얼음장 밑 물고기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수달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 놓는 시기다. 10월 한로 때 찾아왔던 겨울철새 기러기가 봄기운을 피해 넉 달 만에 북으로 떠나는 때가 우수라고 옛 기록은 전한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 직전엔 초목에 싹이 튼다.
겨우내 움직임이 적었으니 온몸이 뻐근하다. 외투에 감춰졌던 뱃살도 곧 드러나리라.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위축됐던 혈관을 활성화하기 참 좋은 때다.
우수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우수 뒤 얼음같이’라는 속담처럼 냉랭함과 얽혔던 것을 푸는 일이다. 우수 땐 전화를 걸자.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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