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안방극장 수목극 대전에서 방송사의 눈치 전쟁이 정초부터 뜨겁다. 13일 나란히 첫방송하는 KBS2 ‘아이리스2’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얘기다. SBS가 1~2회를 연속방송하는 초강수를 뒀다. 한해 드라마 농사의 시작인 봄 편성에서 기선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전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회 전편 시사회를 여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인 SBS 측은 “‘아이리스2’를 겨냥해 연속 방송을 결정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1, 2회는 스토리가 워낙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두 편을 한꺼번에 봐야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다”고 배경 설명했다.
하지만 KBS에선 SBS의 ‘아이리스2’ 김빼기 작전이라며 불편한 심기가 감돈다. 이강현 KBS드라마국장은 “1, 2회를 연속 편성해선 안된다는 방송사 간 룰은 없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인 편성을 갖고 상대 드라마를 견제하는 건 변칙 플레이다. 유쾌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축구 등 인기스포츠 중계에 밀려 드라마가 다음날 2회 연속 편성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처럼 첫방송에서 2회 연속 편성 전략을 펴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방송사간 수목극 경쟁이 치열해진 여건의 방증이다.
방송사는 연초 드라마 편성 계획을 세울 때 보통 화제성이 짙은 ‘쎈’ 드라마를 수목극 시간대에 편성한다. ‘아이리스2’는 2009년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화제작 ‘아이리스’의 속편으로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액션대작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스타작가인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조인성, 송혜교 등 대형스타의 컴백작이란 점에서 기대작이다. SBS로선 정통멜로가 화려한 볼거리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동시간대에 앞서 시작한 MBC ‘7급 공무원’의 예상 밖 선전도 경쟁심을 부채질했다.
이같은 눈치 전쟁은 결국 광고 매출 때문이기도 하다. 이 국장은 “과거엔 하반기에 대작들이 몰렸는데, 광고 비수기가 계속되면서 근래엔 상반기부터 대작을 편성하는 추세”라고 했다. 더구나 올 겨울은 이상한파로 예년보다 길어져, 외부 활동은 줄고 TV시청시간은 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편성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자회사 광고대행사(미디어렙)인 미디어크레이이트를 설립, 지난해부터 독자 광고영업을 뛰고 있는 SBS가 편성 판도를 흔드는 진원지다. SBS는 지난해 3월 주말드라마 ‘바보엄마’ 첫 방송에서 방송3사 실무진이 합의한 ‘회 당 72분 이내 방송’ 합의를 깨 경쟁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봄엔 시청률 40%에 육박한 MBC ‘해를 품은 달’이 노조 총파업으로 인해 결방되자, KBS와 SBS가 신작 드라마의 첫 방송 예정일을 미루고 재방송으로 땜질 편성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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