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MBC ‘아빠 어디가’가 난리다. 스타와 함께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다섯 자녀들의 티 없는 모습들이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요즘 사람들을 힐링시키는 건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나는 지난달 ‘아빠 어디가’의 방송 전 간담회에 가서 인터뷰를 하고 이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여느 제작발표회와 달리 아이들이 뛰어다녀 산만했고, 누구 아이인지를 몰라 혼란스러웠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사이 한 아이가 “어린이들한테는 궁금한 게 없나요?”라며 돌발적으로 기자들을 향해 말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윤민수의 아들 윤후였다고 한다.
식사 자리에서는 귀여운 지아가 눈에 들어왔다. 하도 예뻐 머리를 쓰다듬으며 송종국에게 “이런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더니, 으쓱 하는 ‘딸바보’의 표정을 취하면서도 “하루만 길러보세요.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라고 말했다.
방송인 김성주와도 대화를 나눴는데, 그동안 일을 하느라 아들과의 관계를 못 만든 초보아빠임을 걱정하고 있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세요”라고 말해줬다. 김성주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4대독자였던 아들 민국이 매번 열악한 잠자리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데 대해 속상해하고 대성통곡을 하자 난감해하고 있다.
김성주가 겨울에는 안에서 밥해 먹을 수 있는 이너텐트를 갖춘 텐트를 가지고 가야 하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어쩌면 김성주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자식과의 관계에서 한 번쯤 겪는 고난극복 성장통 같았다. 성동일도 아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미숙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동일은 아들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어 보는 사람이 흐뭇해진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방송 한두 번 만에 아이들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강호동과 유재석급으로 부상했다. 윤민수는 평범한 스타일이고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 방송분량이 별로 많지 않다. 대신 일곱살 아들 후가 매번 빵빵 터뜨려줘 가만히 있어도 된다. 후는 반전이 있는 아이다. 방에 들어와 몇 차례 힘들어 죽겠다고 주목을 시킨 뒤 ‘아까 너무 많이 먹었나봐’라고 말한 후 토실토실한 배를 드러냈다.
지아를 좋아하는 후의 모습과 계란 등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도 재미있고 누굴 만나면 돌발적으로 하는 말이 이제 궁금할 정도다. 윤후의 어록도 나왔다. 텐트를 치고 있는 송종국에게 “지아 아버님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잘 보이려고 하는 걸까. 윤민수는 아들 육아법 강사로 나서도 될 것 같다.
송종국의 딸 지아는 후의 대시를 받고 있지만 의외로 차분하다. ‘차도녀’ 기질을 보인다. 성동일 아들 준과도 손잡고 시장을 본다. 지아를 좋아하는 ‘국민아들’ 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반응과 모습이 주를 이룬다. 제작진은 이들이 어떻게 할지 예상할 수 없어 걱정을 많이 한 채 갔지만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작위적으로 웃기는 것보다 웃기지 않아도 100% 진짜인 예능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위로받는다. 양념을 덜 친 순수 예능의 힘이다.
KBS ‘인간의 조건’도 자연인 개그맨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MC도, 게임도, 콩트도 없이 여섯 개그맨들에게 미션 하나를 준 채 그냥 풀어놨지만 오히려 다양한 양념들을 빼버리자 본래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힘이 들면 달콤한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가, 너무 현실감이 없다고 판단될 때 현실직시형, 욕망추구형 콘텐츠에 기대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인공적인 설정 없는 순수한 무공해 콘텐츠에도 큰 위로를 받는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