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2회> 총칼 없는 전쟁 2
“이토록 은밀한 통로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우린 이미 세계 3위의 자동차 생산회사가 되었습니다만 우리 위에 1, 2위의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 부단히 기술력과 노하우를 키워오고 있습니다. 실험 생산라인에 도달하기 위해 비밀 통로를 거치도록 한 까닭은 보안 때문이지요. 철저한 보안.”
“신제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이번 5개국 관통 랠리에 출전시킬 머신은 구동력 향상이란 과제에서 차원을 달리한 특수 머신입니다. 얼마 전, 서요르단 이스라엘 점령지역인 에이발 산 언저리에서 비밀리에 1차 실험을 마친 에어 뮬에 출력 감소장치인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장착한 콘셉트 카라고 볼 수 있지요.”
“오히려… 출력을 감소시켰다고요?”
“아마 제대로 출력을 높이면 지상에서 120미터까지는 날아오를 수 있을 겁니다. 완벽한 비행자동차지요. 하지만 아직 공기역학 부문에서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부러 출력을 감소시켰습니다. 지상에서 10센티미터만 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일단 날아오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그 머신은 날아오르기 직전에 850마력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16기통 8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자연흡기 직분사를 하다가 이륙 직전에 순간 터보를 구사합니다. 이때 내장된 중앙병렬식 머플러를 통해 괴력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족히 100미터는 걸었을까? 그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관문을 통과했으면서도 마지막에 이르러 오른쪽 눈의 홍채 투시로 감지되는 특수 플라스틱 커튼을 연 뒤에야 그들은 에어 뮬 개발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엔 소규모 생산라인이 설비되어 있었다. 라인의 길이가 짧은 것으로 보아 이미 생산된 자동차를 개조하는 형식을 취한 모양이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그 생산라인 끝에 놓여 있는 황금빛 자동차와 마주서자 자칫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이 황금빛 머신이… 제가 몰고 달릴 콘셉트 카인가요?”
“그렇습니다. 몰고 달리다가… 때에 따라서 지상 10센티미터를 날아오르게 될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머신의 이름은 ‘로열 골드’입니다.”
“로열 골드… 가장 진화한 자동차인 셈이군요.”
“5개국 관통 랠리가 시작되기까지 겨우 한 달 남았습니다. 그동안 권 전무께서는 이 머신의 조종법을 완벽하게 익혀주세요. 드라이빙 기술은 양산된 차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달라진 건 반도체를 이용한 자세 제어장비와 이륙장비뿐입니다.”
“자세 제어장비?”
“비록 10센티미터 높이로 날아오르지만 엄연히 하늘을 나는 것이니만큼 지상 도로를 달릴 때와는 자세부터 달라져야 하니까요. 효율적인 비상을 위해 복근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한 달 동안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수만번은 해야 하실 걸요?”
권도일은 그만 넋을 잃고야 말았다. 그 도도한 황금빛… 그는 석양 무렵, 찬연하게 지는 노을 사이를 뚫고 달리는 로열 골드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붉은 석양을 온몸으로 반사시키며 쏜살같이 달리는 황금빛 괴물!
“로열 골드에 함께 탑승할 코-드라이버는 누구지요?”
“이 머신엔 권 전무 혼자 타게 됩니다. 이번 랠리엔 탑승 인원의 규정이 없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도일은 벅찬 가슴을 진정시킨 후 드디어 황금빛 로열 골드의 조종실 문을 열었다. 알루미늄으로 매끈하게 마감된 조종석엔 단 한 사람이 앉을 만한 공간이 비워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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