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4회> 총칼 없는 전쟁 (4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혹시 사막 한 가운데서 골프를 쳐 보신 적이 있는지?
세계 곳곳을 돌며 골프를 즐기다보면 각양각색, 여러 가지 경우의 샷을 날려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크퀘리’ 골프장이라면 폐광이 된 황폐한 석회석 위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캐나다 ‘오카나간’ 골프장에서는 라운드 도중에 짧은 바지를 걸친 예쁜 아가씨에게 공짜 마사지를 받으며 샷을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쿠바의 ‘아바나’ 골프장이라면 공을 닦아주기는커녕 시가나 뻐끔뻐끔 피우고 있는 남자캐디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든 샷을 날리게 될 터이고, 남아공 ‘팬코트 링크스’ 골프장에서는 사자가 숨어있을 것 같은 억새풀 사이에서 거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며 공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그뿐인가? 중국 여강에 위치한 ‘옥룡설산’ 골프장에서는 희박한 공기밀도로 인해 평소 거리의 두 배쯤은 멀리 보낼 것 같은 기대로 공을 날리겠지만, 한 번 내지르고는 산소 호흡기에 코를 들이대야 하는 고통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사막에서의 골프도 멋질 거야.”
신희영은 지그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마 그녀는 지난 2년 간 세상 여러 곳을 돌며 즐겼던 골프 전지훈련의 상황을 떠올리던 중이었을 것이다. 남아공의 수백 미터 낭떠러지 위에서 손바닥 만 하게 펼쳐진 하트모양의 그린을 향해 채를 휘두르던 곳이 무슨 골프장이었지? 바람이 칼처럼 불어오던 하와이 골프장의 이름이 뭐였더라?
“슬프도록 멋지지요.”
“맞아요, 슬프기도 할 거야. 워낙 아름다운 곳에서는 간혹 슬픔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거든요?”
“바로 그걸 노리자는 겁니다. 아름다워서 슬프고, 좌절해서 슬픈… 그런 사막 한가운데에서 부서진 자동차를 뒤로한 채 샷을 날릴 테지요.”
“그래, 맞아요. 자동차가 불타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 불꽃 위로는 하얗게 타들어가는 하늘이 펼쳐져 있겠지요? 그리로 샷을…”
“그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곳에서 8등신의 늘씬한 강유리가 샷을 날리는 모습… 한번 상상해 보세요. 유호성 군은 분명 뒤집어지고야 말 겁니다.”
“그래요. 일리가 있어. 그런데 사막 한 가운데라면 모래 천지일 텐데 어떻게 샷을 날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방카 샷만 구사하나요?”
“고무로 만든 깔판을 지참해야지요. 사막에선 다들 그렇게 치는 겁니다. 그래도 신나요. 골프란 것이 참 묘한 운동이거든요.”
유호성이 뒤집어지기 전에… 이미 신희영부터 뒤집어질 판이었다. 강준호의 계획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좋아요. 다시 한 번 강 프로님을 믿어보겠어요. 당장 팀을 이끌고 중국으로 떠나세요. 강유리 선수를 대동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알겠습니다. 우선 경비 조로 5천만 원을 먼저 쏘아주세요. 추후에 추가경비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많은 돈을 쓰면서 벌이는 일이니… 우리 호성이의 마음을 꼭 되돌려주세요. 돌아올 땐 호성이 손에 골프채가 들려 있어야만 합니다.“
“그야 당연지사지요.”
강준호는 마음속으로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당면한 과제는 해결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랍 상인들이 자주 쓴다는 ‘낙타 코 전법’으로 돌입해야만 할 것이다.
사막을 가로질러 장사를 다니던 아랍 상인들은 낙타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추운 밤, 사막에서 야영을 할 때에 낙타란 놈은 슬쩍 텐트 속으로 코를 들이밀곤 한다. 그걸 즉시에 제지하지 않으면 곧 낙타의 머리가 들어오고… 결국 텐트는 낙타의 차지가 되곤 했다는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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