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290조원 규모·조세탈루액 30조원 육박…박근혜 정부 ‘지하경제와의 전쟁’ 선포…불법 정치자금·조세 회피 등 잡히지 않는 실체, 검은경제의 ‘빛과 그림자’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지하경제, 이를 파헤치려는 정부. 이들의 싸움이 이번 정부에서 또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숨은 곳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오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강해질 대로 강해진 맷집. 추적을 위해 개발한 최첨단 IT장비를 압도하는 지하경제의 숨기 본능. 박근혜 정부가

이런 녀석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여러 포석이 깔려 있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조세정의를 위해서라도, 공식 경제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전쟁이다. 지하경제는 매춘이나 마약ㆍ밀수ㆍ장물거래 등 불법뿐 아니라 최근에는 탈세나 조세 회피를

위한 주요 루트가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성장률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때리면 때릴수록 어두운 곳을 찾는 이 녀석. 혹자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지하로

파고든 게 아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고파는 사람 모두 이득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 때문에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을 터. 세원 확보는 둘째 치더라도 이 녀석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정상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밝아진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이른 시간부터 국세청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회사의 자금난을 이유로 수십억원 상당의 세금을 체납한 김모 씨의 해외 부동산을 조사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김 씨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중견 사업가이지만 수십억원의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자금난을 이유로 60억여원의 양도소득세를 안 내고 버티고 있었다. 국세청이 기민하게 나선 것은 김 씨가 말레이시아에 수십억원 상당의 초호화 콘도미니엄을 보유하고 해외여행 때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김 씨의 주변 정보를 광범위하게 추적, 분석한 국세청 직원들은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김 씨가 은닉한 재산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현지 세무 당국의 협조로 해당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끝에 대형 저택인 콘도미니엄이 김 씨 소유임을 밝혀냈다.

국세청 직원들은 김 씨 측에 해외 소유 부동산을 확인했음을 인지시키고, 압류 처분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그제야 김 씨 측은 부동산을 처분해 체납액 60억원을 납부키로 약속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가 수십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에 거주하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사업 목적을 빙자해 해외를 빈번하게 왕래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탈세 추적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첫 걸음이다. 그러나 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ㆍ고도화되면서 이를 찾아내는 일은 일종의 전쟁이다. 국세청이 밝힌 주요 탈세 유형을 보면 ▷가공의 채무를 만들고 주식으로 상환한 것처럼 위장해 본인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 ▷지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 ▷구입한 부동산의 등기를 이전하지 않는 방법 ▷세무조사 예고 통지를 받자마자 예금ㆍ보험 등 모든 금융자산을 해약해 현금으로 은닉하는 방법 등이다.

이에 대응해 국세청은 ‘은닉 재산 추적 프로그램’ 등 상시 감시 시스템과 금융거래 추적을 통해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은닉 재산 추적 프로그램은 체납자와 가족의 소득 변동, 소비 지출, 부동산 권리관계 자료 등을 DB로 구축하고 데이터 비교 분석을 통해 재산 은닉 혐의를 과학적으로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국세청은 지난해 고액 및 상습 체납자 7213명(개인 4442명, 법인 2771명)을 적발했다. 이들의 체납한 총 금액은 11조777억원으로, 1인당 평균 15억원에 달한다. 세금을 체납하고 해외에 체류해온 기업체 최고경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적발된 인원수는 1400여명으로, 추징한 금액만 8600억원에 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과된 세금은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고액 체납자의 숨겨놓은 재산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