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ㆍ갈취, 사설경마ㆍ도박, 유흥업소 운영, 사채업 등을 통해 조성된 검은 돈은 우리 사회에 잘 보이지 않는 음지로 흘러들어간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고 하지만 한번 음지로 흘러간 돈은 쉽사리 빛을 보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검은 돈은 다시 한 번 범죄에 ‘재투자’되면서 나라 경제를 오염시키는 데 사용되기 일쑤라고 꼬집는다.
지하경제로 모인 돈이 범죄에 재투자되는 길 중 하나는 바로 코스닥 기업 사냥에 사용되는 경우다. 최근 협박과 갈취를 넘어서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조직폭력배들은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모은 돈을 이용해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뒤, 돈이 되는 자산을 팔아넘기거나 회사 명의의 당좌수표, 사채 등을 발행해 빼돌리는 등 회사의 자산을 횡령한다. 이후 회사가 껍데기만 남을 경우 상장폐지시키면서 손을 떼는 방식으로 돈을 불린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와 주주의 몫으로 남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명 ‘쉘(껍데기ㆍShell)거래’라고 하는데, 사업의 실체가 없는 껍데기 회사를 헐값에 인수한 뒤 작전세력을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적정한 시점에 보유 주식을 모두 시장에 쏟아내 시세 차익을 내는 수법이다.
아예 회사를 운영할 목적으로 사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이들이 주로 활약하는 곳은 건설업, 사채업, 유통업, 연예기획사 등이다. 이들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선의의 경쟁보다는 힘을 과시하고 상대를 협박해 영업하기 때문에 건전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피해자들을 양산한다. 특히 공사입찰, 건설자재공급, 아파트건설과 분양관련 사업, 상가 및 쇼핑몰 개발 등에 개입해 이권을 확보한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연예인을 상대로 금품을 가로채고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기도 한다.
사채업에 진출할 경우 주식 등을 담보로 잡은 뒤 고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동원한다. 사채 등을 통해 큰돈을 번 이들은 축적된 자금을 이용해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식 투자 방법은 ‘투자’라기보단 ‘사기’에 가깝다. 모은 자금을 이용해 시세를 조정하거나, 증권방송 등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에게 ‘꽃값’이라 불리는 뒷돈을 주고 특정 기업의 주가를 띄우도록 유도하는 등 주가조작에 관여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긴다.
유흥업소, 불법 오락실, 도박 등에서 조성된 돈 중 일부는 자신들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보호비로 경찰 등 단속 공무원의 손에 건네진다. 지난해 검찰이 수사한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의 경우 단속을 나오는 지구대 경찰들을 상대로 매달 일정금액을 상납해가며 보호 받았다. 지구대에서는 경찰 한 명이 ‘총무’노릇을 해가며 상납받은 돈을 소속 경찰 전원에게 골고루 분배해 뒤탈을 막았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힘있는 유흥업소의 경우 일부러 경쟁 상대를 지목, 경찰로 하여금 단속케 하면서 경쟁자를 밟아 버리고 자신과 유착한 경찰들이 승진할 수 있는 실적을 쌓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