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정책 이행에 필요한 연 27조원 규모의 재원을 증세(增稅) 없이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못 박고 있지만, 국가미래연구원 등 정부 외곽에서 박 대통령을 돕는 진영에선 증세 불가피론을 내세운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현 기조로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증세카드를 꺼내게 될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사전작업’ 차원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광두<사진>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통령이 공약으로 ‘증세는 하지 않고 복지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노력은 일정 기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노력을 먼저 해보고, 그러고도 안 되면 그때는 국민께 ‘복지를 계속하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1월 한 강연에서도 당시 조세연구원장이었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식산업 마중물 투자 10조원을 어디서 마련할 거냐’고 묻자 “결국 경제 저(低)성장이 가시화되고 본래 생각보다 적자 폭이 커지면 현실적으로 남아 있는 방법은 여유 있는 분들한테 세금을 더 걷는 것밖에 없다”고 답하면서 현실적 차원에서의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원장은 근혜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서강학파의 거두로 한 때 유력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소개로 2007년 한나라다 경선 때 박 대통령 당선인과 연을 맺게 된 그는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를 손수 설계했다. 지난 대선에선 캠프에서 힘찬경제추진당장을 맡아 활동했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안에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稅收) 확대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 도출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비과세ㆍ감면 정비 등 간접증세 뿐 아니라 세율 인상 등 직접 증세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정부 핵심인물로 꼽히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자료에서 증세에 대해 “재정지출의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기반 강화를 비롯한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증세 없이도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추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