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이승환(47)은 가요계에서 독특한 지점에 있는 존재다. 주류 가수 느낌이 나면서도 인디 가수에 더 가깝다. 이승환은 로커 성향을 지닌 가수지만 대중들에게는 발라드 가수로 더 많이 기억된다. 기자도 이승환의 노래 하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그대는 모릅니다’ ‘천일동안’과 최근 방송된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삽입곡인 ‘Sorry’와 같은 슬프면서도 서정적인 발라드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1집부터 2010년 발표한 정규 10집까지 모든 음반을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제작시스템상으로는 거대 자본의 유통체계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있는 완벽한 ‘인디’다. 그는 인디 밴드들과 매우 친하다. 지난 1일 옐로우몬스터즈,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맨틱펀치 등 인디 밴드와 ‘이승환과 아우들’이란 타이틀로 합동공연을 펼쳤다. 유명 록 페스티벌에서나 볼 법한 라인업이었다.
“그동안 록과 발라드를 많이 했고 하드코어도 했지만 이제는 가벼운 록음악으로 가려고 한다. 나는 어차피 지상파 홍보는 못한다. 인디와 잘 어울린다. 아이돌 음악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그 자리를 밴드 음악이 어느 정도 메울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다.”
이승환은 대중음악이 편중돼 있었는데 수요자들이 알아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음악적 다양성이 보이면서 밴드 문화도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드림팩토리는 이제 연기자 매니지먼트는 접고 앞으로 신인 인디 밴드를 영입해 키워보겠다고 했다.
“기획사 대표가 방송과 언론을 잘 몰라 소속 연기자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기자들의 앞길을 막지 않겠다며 다들 풀어주었다. 이젠 인디 뮤지션만 하겠다. 사실 나도 TV에서 잘 불러주지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에 심사위원으로 나간 것도 나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도움도 됐다.”
이승환에게서는 철학 같은 게 느껴진다. 드림팩토리의 신조가 돈을 못 벌어도 욕 먹지 말자는 것이었다. 매니지먼트사로는 유일하게 소재지가 서울 강동구에 있다. 그가 발굴한 배우 박신혜, 김정화는 기본이 잘 갖춰져 있다. “연예인이라는 겉멋에 물들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소속 연예인들에게 학교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점, 무슨 일이 있어도 오전 수업은 받자는 규칙 같은 것도 있다.”
이승환은 지금까지 1000회 이상 공연을 펼쳐온 ‘라이브의 황제’다. 그의 능란한 가창은 TV보다 공연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에게는 이례적으로 공연에 타이틀이 붙어 있다. ‘차카게 살자’라는 이름으로 12년 동안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관객 동원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이승환은 주위에서 영화 투자를 말렸지만 영화(‘26년’)에 처음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 저예산 영화지만 3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해 최근 수익금을 배분받았다. 이승환은 돈도 돈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어 영화에 투자했다고 한다. 문화재 반환 콘서트를 두 번이나 열었던 이승환답다.
이승환은 지난 2일에도 ‘2013 이승환 돌발콘서트 <왕년>’을 개최했다. 돌발콘서트에서는 22곡 중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제외하면 모두 히트하지 않은 곡들을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티켓은 판매와 동시에 매진된다. 오는 15~17일에는 광주, 대구, 부산 등지로 클럽투어를 떠난다. 300명 규모의 클럽이 장소다.
이승환은 “초조하고 고민할 때가 있긴 했으나 어느 순간 욕심이 없어졌다. 요즘은 대중의 환호보다 후배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오래갈 수 있는 가수의 한가지 현실적인 진화방식을 보는 듯했다.
/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