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토크쇼 · 대작 드라마 잇단 참패…바뀌는 대중문화 트렌드
톱MC 강호동 복귀작 ‘달빛프린스’ 스타 여배우 총집합 ‘토크클럽 배우들’ 종편에도 역전당하며 굴욕의 폐지 170억원 블록버스터 ‘아이리스2’도 부진
나와 관계없는 그들만의 이야기 외면 시청자 정서 반영한 콘텐츠가 성공 열쇠
강호동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심혜진, 황신혜, 송선미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었다. 헝가리 올(All)로케의 스펙터클함도 무릎을 꿇긴 마찬가지다. 바로 시청자, 대중문화 수요자의 변심 앞에서다. 요즘 톱스타를 내세운 지상파TV 예능 프로그램도 그러하고, 엄청난 자본과 물량을 투입한 대작 드라마도 시청자의 환심을 사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중문화 트렌드를 읽지 못한 기획의 실패로 본다. 이젠 ‘나’와 거리가 먼 톱스타 ‘그들만’의 잡담보다 내 삶에 유용함을 주는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두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방송도 민생의 시대다.
▶‘달빛프린스’ ‘토크클럽 배우들’ 조기 종영 굴욕=강호동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북토크 형식의 KBS2 ‘달빛프린스’는 방송 8주차인 오는 12일 막을 내린다. 제작진은 방송 한 달 만에 일반인 출연, ‘공부방’ 세트 삽입 등 포맷을 바꿔봤지만 시청률은 4%대로 부진했다. 급기야 지난 26일 시청률은 3.1%까지 떨어져 종합편성채널 MBN ‘엄지의 제왕’의 3.43%(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 기준)에도 밀렸다.
MBC가 장수 예능 ‘놀러와’ 후속으로 올 초 선보인 ‘토크클럽 배우들’도 지난 4일 종영했다. 방송 8주 만이다. 여배우들의 센 입담에도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줄곧 시청률이 4%를 넘지 못했다. 역시 동시간대 종편 예능 MBN ‘황금알’의 시청률에 추월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상파를 누른 종편의 ‘황금알’ ‘엄지의 제왕’은 정보성과 오락성을 결합한 신종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다. 건강의학, 법률상식, 심리상담 등 각종 생활정보를 각 분야 전문가와 생활고수가 출연해 집단 토크를 벌이는 쇼로, 종편 예능으로선 드물게 흥행 안타를 날렸다.
하재봉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포테인먼트는 은근히 재미있고 정보까지 얻을 수 있고, 진정성도 갖추고 있다”며 “결국 시청자가 원하는 건 유용한 정보와 공감이다”고 말했다.
▶첩보 블록버스터 ‘아이리스2’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드라마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수목대첩으로도 불리는 치열한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KBS2 ‘아이리스2’는 고전 중이다. ‘아이리스2’는 북한을 소재로 다룬 첩보액션물이다. 헝가리, 캄보디아 등 해외 로케이션과 영화 같은 스케일, 화려한 액션 등 볼거리가 풍성한 170억원짜리 대작이다.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남북 긴장관계 이야기는 놀라우리 만큼 극사실적이다. 그런데 시청률 면에선 2009년 초히트를 친 전작의 성공에 크게 못 미친다. 10%를 겨우 넘고 동시간대 2~3위에 머물러 있다. 패인은 진짜 삶의 리얼함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은 남북관계 긴장보다 경제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는 시대다. ‘아이리스2’에는 애국주의, 국가주의 측면의 시각과 흐름이 있는데 그게 큰 문제다. 사람들은 이제 사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기가 공감이 될 때 시청한다. ‘아이리스2’에는 화려한 액션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지만 나완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장기불황의 피로도가 쌓여 시청자는 북핵 3차 핵실험 뉴스보다 아파트 층간소음 살인사건 뉴스에 더 귀를 기울인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북핵ㆍ전쟁 공포심, 집단적 핵의 두려움으로 무뎌졌다”며 “그보단 폭력, 성희롱, 연예인의 가십 등 소비자 접점, 피부에 와닿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대중문화 전체적으로 대중 정서 지점이 긴요해졌다. 대중의 자기 정서를 반영한 문화콘텐츠가 성공하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대중의 정서를 실시간으로 파악, 극에 반영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자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봤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