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동안 ‘조직’의 한솥밥을 먹고 서로를 ‘형-아우’라 부르며 생사를 함께 했던 두 남자. 하지만 한 남자는 조폭으로 위장한 경찰. 임무와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경찰의 작전으로 결국 한 사내는 죽는다. 마지막까지 홀로 남은 ‘동생’을 걱정하며 죽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연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만큼이나 애잔하다.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지난 21일 개봉해 2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하며 3일까지 관객 253만명을 동원했다.
이날까지 1170만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 어린 딸을 위해 누명을 쓰고 희생한 ‘바보 아빠’의 눈물겨운 신파였다. ‘베를린’은 어떤가? 베를린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며 만난 남과 북의 비밀 첩보원, 한때는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존재들이었지만 시대는 변해 ‘계륵’과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됐다. 애국과 이념대결의 피로감 위에 묘한 동지애, 벼랑끝 생존본능이 두 남자를 결속시킨다. 그 중 한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건다. 이 작품 역시 대규모 흥행에 성공했다. 699만명을 넘어섰다.
‘남자의 눈물’이 뜨겁다. ‘남자의 신파’가 대한민국을 울리고 있다. 지난 3일 종영한 KBS2 드라마 ‘내딸 서영이’는 평생을 불화했던 노년의 아버지와 딸의 화해담으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마지막 방송 시청률이 47.9%에 이르렀다.
‘남자의 신파’는 2013년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음 속 풍경이다. 경제불황과 양극화가 가져온 팍팍한 삶의 피로감,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한 ‘억울한 심정’이 ‘남자의 신파’로 나타났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씨는 “200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신장됐지만,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남성들은 오히려 직장에서 치이고, 가족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대한민국 남성들의 ‘울고 싶은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관객과 시청자들은 여기에 ‘감정이입’을 하고, 여성들은 아빠로 상징되는 남성의 존재에 ‘연민’을 느낀다는 풀이다. 한국심리학회의 2010년 한국인 행복지수 조사에 따르면 생존경쟁 속에서 ‘내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40대 남성이 가장 불행한 집단으로 꼽혔고 2011년 같은 조사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의 행복지수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 ‘남자의 신파’가 유행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드러냈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