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9회> 바람에 맞서는 법 18

우연인지, 혹은 일부러 그렇게 짜 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HY 훌 푸드 회장 신희영과 그녀의 전 남편이자 유민그룹의 회장인 유민과는 서로 신경전을 구사하고, 대응하는 꼴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뭐야? HY 훌 푸드에서 아홉시 뉴스 광고를 노린다고? 그게 무슨 홍두깨로 드럼 치는 소리냐? 당분간 아홉시 뉴스가 시작되면 다이제스트에 이어서 5개국 관통 랠리대회 상황부터 보여질 게 뻔한데… 뉴스 전과 끝 광고는 당연히 우리가 독차지 해야지.”

매체국장의 보고를 들은 유민 회장은 얼굴빛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HY 훌 푸드라면 이혼당한 전 마누라 신희영의 회사인데… 감히 그 따위가 우리 일에 끼어들어?

“하지만 회장님, 아홉시 뉴스 전, 후 광고를 우리 그룹에서만 독차지할 수도 없는 일이잖습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그러니까 열 받는 거지. 훌 푸드인지 깐 포도인지… 그 따위 것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물론 광고단가를 높여서 싹쓸이 할 수는 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고요, 마땅한 대응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유민 그룹에 비해 HY 훌 푸드가 형편없이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대응 전을 벌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뜻이었다. 북한에서 장사정포를 쏘면 우리는 K-9 신형 자주포를 쏘고, 북에서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오면 우리는 현무 미사일로 맞대응하는 것이 고작인 것과도 같았다.

예를 들어 북에서 100문의 장사정포를 쏘았다고 가정할 때, 단 한 발도 우리 영토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아이언 돔을 쳐놓았다 하더라도 어찌 가능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유민 회장은 단 한 발이라도 적의 포탄이 이 땅에 떨어져선 안 된다는 투로 완벽을 강요하고 있었다. 아홉시 뉴스 전, 후에 방영되는 광고 CF에 HY 훌 푸드의 광고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광고 단가를 무조건 높게 지불할 수도 없는 일이야. 뉴스 전, 후 광고를 싹쓸이 하고 광고 가격마저 높이면… 잘못하다 우리가 먼저 망해. 자! 어떻게 하면 신희영, 그 여자가 광고할 엄두를 못하게 하지?”

“그게… 로비로 해결 될 일은 아닌가요?”

이런 말을 하는 것 보니 매체국장도 답답하긴 매일반인 모양이었다. 물어보는 투로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강요하는 투로 들려오는 말… 로비!

“내가 방송사의 간부들과는 안면이 많아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회장님, 정 그러시다면… 저 높은 곳엔 로비가 통하지 않을까요?”

“저 높은 곳?”

유민 회장은 문득 널리 불리는 찬송가 구절을 떠올렸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언제나 나아~갑니다~ 하는 대목이 어쩜 귀에 꼭 들어와 박히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저~ 높은 곳. 그런데 말이야… 저 높은 곳이야말로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선 안 되는 곳이야. 그곳에 들어서려면 확실한 명분과 그 명분을 뒷받침할 만한 기획안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렇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유민 회장은, 마치 파리를 쫓아내듯 손짓으로 매체국장을 내보낸 뒤에 홀로 깊은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찔러나 보는 거야. 저~ 높은 양반과 나는 이미 동업자가 된 셈이라고. 내가 당신을 도왔으니 이번엔 당신도 나를 도와야지, 아무렴.’

유민 회장은 높은 양반의 전화번호를 기억해 냈다. 아무 때나 높은 양반들과 통화할 수 있다니… 어느새 내가 이렇게 컸을까? 하는 생각에 슬슬 기분이 흐뭇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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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