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0회> 바람에 맞서는 법 9

“우와, 장관일세, 장관! 역시 이런 면에서 중국이란 나라는 대국이야. 땅 덩이만 큰 게 아니라고…”

마사지 도중에 때가 밀리면 어떻게 하냐고, 직원 한 명이 하도 징징대는 통에… 목욕탕부터 들어선 강준호는 입을 딱 벌리고야 말았다. 수영장만이나 한 욕조 한 편에 수백 명, 족히 2백 명 쯤에 달하는 남자들이 옷을 홀랑 벗은 채 누워있기 때문이었다.

목욕탕 분위기란 것이 안개처럼 자욱한 수증기로 인해 원래부터 괴기한 기운이 느껴지는 법 아니던가. 침침한 형광등 빛 아래에서 벌겋게 익은 몸뚱이들이 흐느적거리고, 간혹 물에 젖은 머리칼을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린 채 보건체조를 하는 사람이라도 보게 되면… 에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아야지.

“저 사람들이 모두 때 밀려고 누워있는 사람들인가요?”

“보면 몰라?”

동네 목욕탕에서… 많아야 서너 명이 누워 때를 미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간혹 기괴하게 여겨지곤 했는데 200명이 일렬로 누워서 때를 밀고 있다니! 길게 뻗은 다리가 무려 400개, 그 틈에서 중국말로 떠드는 때밀이들 역시 200명…

유호성 케어팀 직원들은 혼비백산, 서둘러 옷을 걸쳐 입고 그 목욕탕을 빠져나왔다. 얼마나 서둘러 뛰쳐나왔는지 팬티를 서로 바꾸어 입었을 정도였다.

“때밀이들 발밑에 떨어져 있는 때… 봤어? 그걸 빗자루로 쓸어 모으면 서너 가마니는 족히 되겠더군. 으이그.”

“정말 대국답더라고요. 강 프로 님.”

“그나저나… 팬티를 바꿔 입었어. 찝찝하기 한이 없구먼. 누구야? 내걸 입은 사람이?”

“접니다. 죄송합니다. 하도 식겁해서 그만…”

“더 이상 헤매지 말고 저리로 들어가세. 저기 영어로 마사지라고 써 있구먼. 마사지 받고 내일 골프나 잘 칩시다.”

강준호는 제법 준엄한 목소리로 일갈한 뒤에 붉은 등이 걸린 마사지 숍으로 휘적휘적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또 뭐냐. 대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려니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 수십 명이 줄줄이 밀려들어오질 않는가.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마사지를 받고 싶은 상대를 골라 각자 별실로 들어가라는 뜻이 분명했다.

“아, 역시 대국입니다, 강 프로님. 감격했어요.”

원, 세상에…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간사한 것인가? 잠시 전에만 해도 홀랑 벗고 누운 수백 명의 대국 남자들에게 놀라 혼이라도 빼앗긴 것처럼 날뛰더니… 이제는 반쯤 벗은 수십 명의 아가씨들 모습에 감격해서 날뛰다니.

그러니 강준호의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저들이 막상 귀국한 뒤에는… 이를테면 신희영의 치마폭 안으로 되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자, 우리가 만사 제치고 이렇게 놀러 다닌 사실을 무덤까지 지니고 가기로 했지요? 기억 하십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여섯 명의 직원들은 이산가족을 찾는 사람들처럼 수십 명 아가씨들의 자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곧이어 3번 아가씨, 16번 아가씨, 33번 아가씨, 37번, 49, 53번 아가씨가 지목되었다. 로또 당첨번호를 고르는 일이 이보다도 진지할까? 50여 명의 아가씨들 중에서 여섯 명을 고르는 일이니 어렵기는 매일반이었을 것이다.

강준호는 24번을 지목했다. 이제 잠시 후엔 그 묘령의 아가씨를 상대로 밀실 안에서 옷을 벗고 몸을 내맡겨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24번을 지목하고 나서 찬찬히 그녀를 살펴보니 웬걸, 그녀의 모습이 신희영을 판박이처럼 빼닮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어허, 이게 웬 일일까… 강준호는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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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