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9회> 바람에맞서는 법(8)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지금 당장에 모델들을 데려오기는 어렵습니다. 워낙 잘나가는 모델들이라서 적어도 사흘 전에는 연락을 해야 가능한 일이고요.”

홍보이사는 매우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래? 걔들 콧대가 보통이 아니로군. 그럼 사진이라도 먼저 가져와 봐요. 어제 언더웨어 차림으로 찍은 사진들 말예요.”

언더웨어… 참 고상한 말이긴 하다. 하지만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하자면 팬티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가져오라는 분부였다. 기막힌 일이긴 하지만, 어제 HY 훌 푸드의 광고모델을 선정하기 위한 카메라 테스트 장에는 팬티만 걸친 꽃미남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요? 요즘은 여성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여자가 지갑을 열어야 물건이 팔린다… 이랬지요? 여자들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를 만들라고 했잖아요. 기억나세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여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에는 꽃미남의 식스 팩이 최고라고 한 말도 기억하시지요? 그런 관점에서 테스트 사진을 잘 찍었나요?”

“네, 땀 흘리는 미끈한 육체에 식스 팩이 돋보이도록 연출하기 위해서 모델들 상의를 벗기고 몸에 기름칠도 했습니다.”

“그 사진이라도 줘 봐요.”

감히 누구의 명령인데 거역하랴. 홍보이사는 눈썹이 바람에 휘날릴 정도로 계단을 달려 내려가 그 사진들을 찾아 대령했다. 퇴근시간이 임박했다는 둥, 그건 홍보실 고유 업무라는 둥 하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엊그제 신희영이 했던 말… ‘홍보부장으로 미끄러지기 전에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했던 까닭이었다.

“으~음!”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춰보던 신희영은 저절로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얼굴도 반반하게 생긴 꽃미남들이 어쩜 몸도 이렇게 훌륭하담? 게다가… 이건 뭐지?

분명히 평면 종이 위에 프린트 된 사진이었지만… 모델들의 지겟작대기 부위가 유독 불거져 나온 것이 심히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식스 팩을 빙자해서 지겟작대기를 보는 그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과연 홍보이사는 알아챘을까?

“이 모델… 이름이 뭐지요?”

“박박진진입니다, 회장님.”

“박박진진? 무슨 이름이 그래요?”

“박진감 있는 남자라고 외우면 잊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 박진감 있게 생겼어… 이 친구, 지금 면접 볼 수 있게 연락 취해 봐요.”

“지금 당장에요?”

“지금 못 오면 모델 선정에서 탈락시킨다고 하세요.”

잠시 천정만 물끄러미 올려보던 홍보이사가 뒤통수를 툭툭 치며 나간 뒤에 신희영은 또다시 으으~음 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사옥 뒤뜰로 이어지는 길에 개나리가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이혼녀가 된 그녀의 마음은 ‘춘래불사춘’… 봄이 왔건만 아직 봄이 아니었다.

한편, 신희영이 팬티만 입은 꽃미남 사진을 가슴에 보듬고 한숨을 쉬고 있는 그 순간에 중국 상해의 뒷골목을 누비던 강준호와 소위 ‘유호성 케어 팀’ 직원들은 구아바 꽃과 스틱차향 꽃의 짙은 향기에 취한 채 마사지 센터 간판을 찾는 중이었다. 서울과 상해의 시차는 무려 두 시간이나 났지만… 모두 봄 향기가 샘솟긴 매일반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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