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8회> 바람에 맞서는 법 36

‘안칭’에서 1차 골프쇼를 벌인 강유리는 촬영현장을 벗어나 쏜살같이 내달리던 중에야 앞가슴이 허전함을 느꼈다. 그녀는 아버지 강준호에게 전해받은 소위 ‘1차 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던 것인데, 급하게 현장을 빠져나오느라 브래지어가 풀어져 땅바닥으로 흘러내린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어먹, 어머먹! 내 브래지어.”

그녀가 급제동을 걸자 그녀의 머신은 벌판 위에서 멋지게 드리프트를 하기 시작했다. 뒷바퀴를 축으로 뱅그르르 돌다가 멈춰 서자 강한 파열음과 함께 자욱한 황토먼지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컴 온, 레이디!”

어느새 그녀를 뒤쫓아 왔는지 모리타니아의 젊은 군인들이 그녀를 중심에 두고 저마다 드리프트를 하며 동서남북으로 에워싼 채 머신을 멈춰 세웠다. 광활한 벌판에서 반 누드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을 중앙에 두고 사방에 흑인 병사들이 에워싸기 시작했으니… 맹수들이 우글대는 사파리에 연약한 임팔라 한 마리가 떨고 있는 형국이었다.

“컴 온, @$#%&%$, 컴 온!”

브래지어도 착용하지 않은 알몸인 사실을 깨우쳤으니 이걸 어쩌나…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몰던 머신은 천정을 개조하여 뜯어버린 오픈카였다. 그러니 오로지 팔짱을 끼고 젖가슴을 가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흑인 병사들은 반쯤 미친 사람들처럼 그녀 주위를 회오리 쳐 맴돌기 시작했다. 뭐라고 떠들며 고함을 쳤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오직 ‘컴 온!’ 뿐이었다.

“사람 살려요!”

강유리는 겁에 질려 고함을 외쳐댔다. 그러나 이곳이 어디인가? 사방팔방으로 잡풀만 우거진 허허벌판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해는 서녘으로 기울고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는 중이었다. 원래 랠리 대회 중에는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는 법. 경찰도 없고, 안전요원도 없고…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누구 하나 도와 줄 사람 없는 벌판에서 그녀는 젖가슴을 드러낸 채 떨고 있어야만 했다.

유호성과 현성애가 위기상황에 처한 강유리를 발견한 것은 불과 1분쯤 지나서였다. 골프쇼를 벌인 뒤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그녀를 맹렬히 뒤쫓아 왔던 것인데… 막상 그 상황을 목격했어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현성애 씨, 저걸 어쩌지? 사태가 심각해.”

“어머, 큰일 났네. 어떡하죠?”

유호성은 경적을 울리며 모리타니아의 젊은 군인들을 맴도는 수밖에 없었다. 반쯤 벗은 강유리를 중심으로 그 주위를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 맴돌고, 또한 그 밖으로 큰 원을 그리며 유호성이 더불어 맴도는 꼴이 된 셈이었다.

그사이 날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한동안 강유리를 맴돌던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 저마다 머신을 멈춰 세웠다. 무법천지의 공간… 흑인 병사들은 차에서 내려 한 발, 한 발 그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주위로 유호성이 모는 1974년산 치타가 경적을 울려대며 위협을 했지만 군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일촉즉발!

“아니, 저건 우리가 목표로 삼은 거성의 머신 아닙니까?”

“그렇군. 도대체 저 놈이 뭐하는 거야?”

“안칭에서 옷 벗고 골프쇼를 벌인 여자를 희롱하고 있습니다. 얼빠진 놈이로군요. 아프리카 촌놈들과 작당한 모양입니다. 어떡할까요? 여기서 박살을 낼까요?”

“여기선 안 되지. ‘우한’이나 ‘시안’까지는 기자들이 따라붙을 테니 사고치면 안 돼. 노스코리아 개마고원에서 감쪽같이 처치하자고. 그때까진 살려놓을 수밖에.”

마침 뒤따르던 N-Dos 단의 특공대원들이 이렇게 즉석 결정을 내렸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죽이기 위해 살려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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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