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3회> 바람에 맞서는 법 61
‘골프연습은 왜 하는가?’
그야 물론 정확하게 공을 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인 해답일 뿐, 골프연습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연습에 몰두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황홀한 상태로 빠져 들어간다. 일상의 한계를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한계를 초월한 세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바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유명한 골프선수 ‘톰 왓슨’의 말이다. 톰 왓슨이야말로 골프의 매력에 빠져 골프에 몰두하면서 결국 초월적인 경지까지 논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도처에 숨어 있었다.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 위원의 경우엔 휴가차 따라온 프랑스의 라제니 골프장에서 문득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홀딱 벗고 걷기만 하는데… 이렇게 황홀해질 줄은 진정 몰랐습네다.”
“허허, 부부장 동지께서 황홀하다는 말씀을 자주 해 주시니 저는 그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집네다.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네다.”
“도형철 동지는 귀로 황홀해지고, 나는 눈으로 황홀해지는가 봅네다. 그나저나 내친 김에 오늘 밤엔 몸으로도 황홀해지면 얼마나 좋갔습네까?”
이게 무슨 소리냐? 공지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도형철은 찔끔했다. 평양을 떠나올 때부터 나름 예상하고 걱정해 온 터이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여성 동무들과의 잠자리를 요구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하! 부부장 동지께선… 아직 몸이 건강하신 모양입네다.”
“건강하디요. 인민무력부가 어떤 곳입네까? 국방위원회 산하에서도 가장 노력봉사가 많이 요구되는 기관 아니겠습네까?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몸이라도 건강해야디요. 비록 머리털은 하얗지만 아직 밤새워 젊은 아가씨들과 놀 만큼은 건강합네다.”
공지호는 말끝마다 결론을 남녀상열지사로 몰고 가는 중이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애초에 그는 이번 골프여행을 공생적인 수단이라 여기고 있었다. 당 서열 20위 안에 드는 고위직 인사들과 젊은 여성동무들과의 여행은 어차피 서로 주고 받는 윈윈게임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처음부터 벗고 놀자는 제의에 서로 응하지 않았던가.
“부부장 동지 뜻을 잘 알아듣갔습네다. 꼴푸 끝난 후에 에미나이 동무들의 의중을 넌지시 떠보도록 하디요.”
“넌지시 떠보는 게 아니라, 땅땅! 못을 박아주시라요. 저것들 벗고 설치는 모습을 보니 오금이 저리지 않갔소?”
“잘 알갔습네다.”
도형철과 공지호는 이렇게 밀약을 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혹은 골프의 황홀경에 빠져들어 옷 벗은 자체를 까맣게 잊었는지… 빨간 모자 아가씨와 노랑 모자 아가씨는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점점 대담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부장 동지, 맞은편에서 방향 좀 봐 주시라요. 카부가 간장종지보다도 작으니 똑바로 내질러야 들어갈 것 아니갔습네까?”
첫 홀 그린에 올라서자 공지호는 아예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 아름다운 자태의 젊은 아가씨가… 더구나 몸매 좋기로 일품인 곡예사 출신 아가씨가… 맞은편에 쪼그려 앉아 방향을 봐 달라는 중이었으니.
“햇빛 때문인가? 내레 눈이 시큰거려서… 잘 볼 수가 없구만.”
평양의 젊은 아가씨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았을까. 그 두 명의 아가씨들은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자신들이 에덴동산의 이브가 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홀컵에 공을 밀어 넣기 위해서 쪼그려 앉아 퍼팅라인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더구나 맞은편에 앉아있는 공지호에게 퍼팅라인을 봐 달라고 주문하고 있으니… 공지호는 사타구니에서 모자를 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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