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1회> 바람에 맞서는 법 59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는 사실을… 평양연예단 출신 아가씨들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온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곧 무엇엔가 깊이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벽돌색 타일로 덮인 지붕, 그와 조화를 이루는 흰색 벽돌 담. 그 주위를 조붓하게 감싸고 있는 푸른 숲과 맑게 내리쪼이는 햇빛.

그야말로 그림 같은 초여름의 프로방스 풍경 속에 그 네 명의 젊은 여인들이 연습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벗은 몸. 그 네 명의 젊은 아가씨들은 오히려 평온하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멀리 펼쳐진 누드비치의 바닷물 냄새가 풍겨오고, 귀를 열면 갯바위 위의 해초를 쓰다듬는 파도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기도 했다.

세잔의 그림에 등장하는 ‘생 폴 드방스’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그 네 명의 아가씨들은 서서히 동화되어가는 중이었는데… 문제는 그들과 함께 라운드하기로 되어 있는 네 명의 중년 남자들이었다.

“자, 1조는 이리로 모입세다.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 위원동지, 그리고 빨간 모자 처녀, 노랑모자 처녀… 이렇게 세 사람은 나와 함께 1조가 되는 겁네다.”

드디어 1조부터 라운드를 시작해야 할 순간이었다. 사실 여태까지는 머리카락이나 모자 등을 이용해서 교묘히 나체를 가리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온전히 몸을 드러내야만 할 상황이었다. 제일 먼저 티잉그라운드에 오른 사람은 도형철이었다.

그는 씩씩하게 걸어나가서 티잉그라운드에 우뚝 섰다. 습기를 머금은 듯한 바람이 담쟁이덩굴 기어오르듯이 그의 종아리를 감싸 오르기 시작했고 어깨 위로는 따가운 햇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좋다, 출세만 한다면야 무슨 일인들 못하갔어? 이제부터 외설스럽다는 생각은 멀리 떨쳐버려야 한다우.’

어차피 벗은 몸, 그는 알몸 상태로 상급자들과 어울리면서 허심탄회하게 상대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상대방이 골프에 매력을 느끼게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 있게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멀리 보이는 바닷가를 향해 힘차게 긴 채를 휘둘렀다. 휘익~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공알이 좁쌀만 하게 작아지면서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자, 시원하게 갈겼습네다. 다음은 부부장 동지 순서입네다.”

제 순서인 줄 어찌 모를까마는… 공지호 부부장은 게가 개펄 위를 기듯이 벌벌거리며 옆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행여나 두 명의 에미나이 동지들에게 지겟작대기를 들키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는 곽승철 위원에게 한 손으로 지겟작대기를 움켜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 골프를 치면 어떠냐고 제안한 인물이었다. 그는 젊은 아가씨들이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바라보는 앞에서 과감히 티샷을 내지를 위인이 못 되었던 것이다.

‘티익!’

가뜩이나 치기 어려운 드라이버 샷을… 한 손은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나머지 한쪽 팔로만 휘둘렀으니 제대로 맞을 턱이 없었다. 빗맞은 공은 알 밴 개구리 기어가듯이 비실비실 옆으로 굴러 길 옆 도랑에 처박히고 말았다.

“어이쿠 공알이 염병을 떱네다, 그려.”

“부부장 동지, 그게 뭡네까? 다 함께 홀랑 벗은 판인데 뭘 그리 쑥스러워 하냔 말입네다. 사나이답게 본때를 보여주시라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시 젊은 사람들은 거리낌이 없는 모양이었다. 공지호가 공을 줍기 위해 도랑 옆으로 가서 엉거주춤 쪼그려 앉는 모습을 보고 두 명의 젊은 에미나이들이 킥킥거리며 질책하고 있었다.

“자, 우리들도 치갔습네다. 조선 인민의 본때를 보이갔단 말입니다”

빨간 모자 아가씨가 먼저 드라이버를 꼬나 잡고 티잉그라운드 위로 올라섰다.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을 타고 부서져 내리는 햇빛 아래로 두 발을 버티고 선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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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