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참여·순식간 전파… 갑에게는 두려운 존재로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갑’이었던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고개를 숙였다. 물량 떠넘기기(밀어내기) 정황이 담긴 음성 파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지 엿새 만이었다.
지난달 3일 유튜브에는 30대의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50대인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함께 밀어내기를 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이 올라왔다. 영업사원은 대리점주에게 “죽여버리겠다”, “나가든가 ××놈아”, “ ‘맞짱’뜨려면 (회사로) 들어오든가”, “개××야”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물건을 받으라고 강요했다.
이 파일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고 누리꾼은 “화가 나다 못해 눈물날 것 같다”, “우유가 썩으면 악취가 진동하듯 남양이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서민의 고혈을 짜서 자기 배를 불리기에 급급한 탐욕스러운 기업의 모습이다”, “남양 제품을 절대 사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대표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사회적 공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SNS를 통해 불매 운동이 확산됐고, 남양유업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과거 소리없이 참는 자였던 ‘을’은 이제 SNS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SNS는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고, 순식간에 전파돼 을의 목소리가 큰 파급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SNS는 사건을 널리 알리는 한편, 사건에 대한 반응을 확산하는 창구도 된다. 을에 불과하던 한 개인이 단체가 되면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을에게 힘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SNS는 갑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SNS 위기관리’란 말이 생겨나고, 기업들이 SNS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S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조명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 상무’의 가족 신원 공개 같은 신상 털기나 불확실한 정보 확산, 마녀사냥 등의 부작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SNS는 가치중립적인 도구다. SNS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