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3회> 감추어진 승부 17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처럼 나긋나긋한 에미나이들과 옷을 벗고 골프를 쳤을 뿐인데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와 제6사단장, 그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곽승철은 신체 특정 부위가 뻣뻣하게 강직되어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였다.

“어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아서리… 행동하기가 영 거북살스럽소. 안 그렇습네까? 사단장 동무.”

“내 말이 그 말입네다. 꼴푸채를 너무 본때 있게 휘둘러서 그런가 보오.”

그들은 저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는데… 겉으론 의연한 척했어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손으로는 저마다 지겟작대기를 꼭 움켜쥐고 있더라는 말이다.

도형철이 그들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어차피 이번 행사를 기획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일 아니던가. 평양연예단 아가씨 중에서도 곡예사 출신을 섭외한 까닭은 지금처럼 예견된 비상사태에 적극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에미나이들 분 냄새가 참 좋디요?”

“어허, 꽃향기인들 그 냄새보다 좋을 리 있갔소? 밤새워 맡고 싶을 뿐이디요. 쥬파프레스에 사진 협조를 요청하는 일은 내일 오후에 처리해도 충분하오. 그러니….”

시간이 많다는 소리일 테고, 시간이 충분하니 오늘 밤 일정은 도형철 동무가 알아서 짜라는 암시와 다름없었다. 도형철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당 실력자들을 어렵게 프랑스까지 끌고 와서 빈 콧김만 내뿜게 했다가는 오히려 훗날이 염려될 테니까.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당의 특별 허락을 받아 소지하고 온 무선전화기를 통해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던 것인데….

“뭐라고? 선생이 진정 내 동생… 도종호란 말이오? 남쪽… 거성 재벌에서 간부 질을 하고 있는 도종호가 확실하단 말입네까?”

그는 무선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도종호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낼 기세였다. 반갑기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당황스러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네가 어찌 이 전화번호를 알았네? 뭐야? 다 아는 수가 있다고 했네?”

그는 한동안 전화기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전화연결이 되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동생임을 확인한 뒤부터 목소리를 낮춰 소곤대기 시작했다. 통신 보안!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았나.

“뭐라? 당장 중국 란저우에서 만나잔 말이네? 언제? 내일 아침에 당장?”

난감했다. 내일 아침까지 중국 란저우에 도착하려면 프랑스 아키텐주 주립터미널에서 파리까지 TGV를 타고 가서 또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프랑스 알스톰 사가 제작하여 그 빠르기를 자랑하는 고속열차 TGV를 타고 시속 500㎞ 속도로 달려도 파리까지 두 시간 반… 또 비행기로 날아서 열 시간….

“알았다. 내 동생! 어찌 만들어진 기회인데 허사로 만들갔네? 총력 속도전으로 달려갈 테니 꼼짝 말고 기다리라! 알갔네?”

도형철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바지랑대처럼 서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지만 당장 프랑스까지 찾아와 벌여놓은 일 때문에 암담하기만 했다. 공교롭게도 오늘 같은 날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을까.

일을 벌인 상대가 누구란 말인가. 국방위원회에서 군사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최고 군사 정책을 결정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아니던가. 게다가 평생 라이벌인 제6사단장까지….

“어허! 쌍알이 걸렸으니 어쩌면 좋으네?”

도형철은 애간장이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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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