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 감추어진 승부 (1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돌이켜 보면, 유호성과 현성애는 드라이버의 길을 함께 걷기 위해 모진 훈련을 받아온 셈이었다. 드라이빙 훈련을 빙자해서 함께 여행하며 연애를 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코너 길에 이를 때마다 모양새가 흡사한 유명코스가 떠오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호성 씨, 무트 쿠르베!”
“알았어. 용기를 내서 빠르게 통과해야 하는 길이지. 속도를 낼게”
“호성 씨, 베르그베르크!”
“오케이, 코너 오른쪽으로 좁게 돌아나가는 길?”
장군! 하면 멍군!으로 받아야 제격이던가? 현성애가 코-드라이버 석에 앉아 장군을 부르면 유호성은 대뜸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멍군으로 되받았다. 평소 기억력이라면 젬병이었지만 어째서 오늘은 현성애가 주문하는 대로 눈앞이 훤히 열리며 코스가 살아나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최고속도를 내며 랠리코스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세상의 길이란 것은 참으로 비슷하게 생겨먹었다. 이를테면 5개국을 관통하는 랠리코스도 한 조각씩 떼어놓고 보면 뉘르부르그링의 코스와 어김없이 닮아있더라는 뜻이다.
란저우를 통과하여 닝샤후이족 자치구로 향하는 흙길도 어김없이 뉘르부르그링과 닮아 있었다. 4킬로미터 이상의 직선주로가 펼쳐지는 곳은 뉘르부르그링의 ‘도팅커 호에’와 흡사하다. 자치구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시닝’으로 향하는 고원 길은 ‘호에 아흐트’로 향하는 길목과 흡사하다.
그런가 하면, 호에 아흐트는 칠레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캠프 로스 과라다스’와 또한 흡사하다. ‘도팅거 호에’는 파타고니아 고원의 거대한 단층절벽을 따라가는 ‘파이네 마시프’와 비슷하게 펼쳐져 있다.
“신은 위대해. 란저우 고원에 뉘르부르그링을 숨겨놓았고, 그곳에 토레스 델 파이네를 또 숨겨 놓았어. 그뿐인 줄 알아? 현성애 씨에게도 그 모든 코너와 주로를 은밀하게 숨겨놓았단 말이지.”
“무슨 뜻이에요?”
“여기는 ‘캠프 로스 과라다스’와 닮았고, 여기는 ‘세로 파이네 그란데’ 아래의 계곡이 숨겨져 있단 말씀.”
잠시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유호성은 손가락으로 현성애의 젖가슴과 허벅지 틈새를 가리키며 키득댔다. 하긴… 여체도 신비롭기로 따지자면 한이 없었다. 봉긋한 젖가슴은 칠레의 높은 봉우리들이 모여 고원을 이룬 곳에 해당하고, 허벅지 틈새는 2,750미터의 봉우리가 품고 있는 계곡과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시죠?”
“그래야지. 하지만 옆을 돌아볼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모양이야. 짜릿짜릿하고 흥분 되거든?”
“저기 좀 보세요. 그래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코-드라이버 현성애의 도움 때문이었을까? 유호성이 모는 1974년 산 치타는 바람을 가르는 제비처럼 흙길을 헤쳐 나갔고, 곧 요르단 국적 기를 단 블랙 이글스의 후미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다.
블랙 이글스는 정체불명의 머신들을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이끌며 앞서 달리고 있었다. 뒤따르는 머신들은 분명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군인들이 모는 머신임이 분명했다.
“20초 동안 어영부영 했던 시간을 벌써 되찾았군. 역시 우리 1974년 산 치타는 성능이 대단해. 슈퍼 카라고.”
유호성은 이렇게 말하고는 곧 이를 악물었다. 최고로 출력을 높여 블랙 이글스를 따라잡을 심사였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어쩌면 후미를 맹렬하게 들이 받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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