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전문직에 종사하는 강모(35ㆍ여) 씨는 ‘병원쇼핑족’이다. 쇼핑을 다니듯 피부과를 찾아다닌다. 강 씨의 쇼핑리스트에는 헬스클럽과 피부관리실도 올라있다. 강 씨의 스마트폰에는 강남 일대 피부과와 피트니스센터, 피부관리실의 장단점이 빼곡히 입력돼 있다. 어느 피부과가 어떤 시술을 잘하는지, 실력이 뛰어난 퍼스널 트레이너가 어느 피트니스센터에 있는지, 어떤 피부관리실에 손맛 좋은 관리사가 근무하는지 등은 기본이다.

이를 토대로 강 씨는 사실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털케어를 받는다. 정해놓은 요일마다 병원과 피부관리실,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면서 자신의 외모를 관리한다. 효과가 좋다는 시술과 운동법이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면 그때그때 관리프로그램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철저한 관리 덕분에 강씨는 지인 사이에서 ‘동안 종결자’로 불린다.

강 씨는 ‘아기피부’와 ‘몸짱’이 온갖 매체를 가득 메우는 시대에 나이먹는 것을 즐기고 살 만한 용기는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경쟁력 있는 외모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이자 또다른 능력이다.

최근 몇 년 새 동안과 몸짱은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미의 기준도 얼굴에서 몸매로 확대되고 잣대 역시 까다로워졌다. 이목구비가 완벽하더라도 몸매나 피부가 받쳐주지 않으면 진정한 미인과 미남 대열에 끼일 수 없는 게 최근 현실이다. 20~30대에게 외모는 자신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고, 중장년층에게는 경제력 등 능력을 검증받는 방편이 됐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외모관리에 더 열성적이다. 사회 활동이 증가하고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외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화장발’에 기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강 씨처럼 피부와 모발, 몸매, 얼굴 등 토털패키지로 체계적으로 관리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면 외모가꾸기 열풍은 극에 달한다. 헬스클럽, 성형외과는 살을 빼려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다이어트 식품, 서적 등의 판매율은 급증한다.

하지만 잘 가꿔진 외모가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성 역시 최근 트렌드에서 예외가 아니다.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Grooming)족’과 아저씨티를 벗으려는 ‘노무(No More Uncle)족’ 등 신조어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피트니스센터에서 다이어트를 위해 땀을 흘리던 남성은 피부과와 피부관리실 문턱을 넘기 시작했고, 복근 등 몸매를 위해 성형수술도 과감하게 선택한다. 화장품에 대한 남성의 인식도 바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1명은 비비크림, 파운데이션과 같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외선차단제와 같은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응답자도 절반이 넘었다.

이에 따라 피부관리, 헬스, 성형 등 국내 뷰티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하고, 매년 10%씩 급성장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남성 관련 뷰티시장은 태동기여서 성장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시장도 커졌다. 다이어트 시장규모만 2조원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다이어트 관련 서적 판매는 5년 전에 비해 50% 이상 성장하는 등 다이어트 열풍은 사회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불황도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을 줄이지 못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소비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소비지출 여력이 ‘빡빡하다’(81.8%)는 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젊음을 유지하거나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지출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젊음을 지키기 위해 응답자의 54.2%는 미백이나 주름개선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 중이었으며,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받은 경우도 16.4%에 달했다. 응답자 중 63.9%는 ‘외모가 곧 능력이자 자기관리의 척도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살림은 어려워도 젊게 살기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전체의 2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