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술 특허와 관련한 포괄적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리더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양사간 계약은 외형적으로는 각자가 보유한 수만건의 특허를 포괄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하겠다는 형태지만, 사실상 향후에 특허와 관련한 어떠한 법정 분쟁도 벌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동의 1,2위인 양사가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산업을 리딩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

가만히 앉아 산업의 단물만 빨아가려는 특허 괴물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양사는 관련 특허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분을 포함해 총 3만6078건의 국내 특허와 3만6276건의 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 말 기준으로 2만1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가 최근 발행한 스펙트럼 매거진의 반도체 제조 부문 특허 경쟁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바 있다.

양사의 높은 특허 경쟁력은 역으로 특허 괴물들의 타킷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양사는 다국적 특허 괴물 램버스로 부터 시달린 경험도 있다. 미국 3곳, 인도, 독일, 일본, 대만,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램버스는 1990년 설립된 다국적 특허괴물이다. 상장 직후인 1998년에는 매출 3700만 달러에 불과하던 회사지만, 2011년에는 3억 달러를 훌쩍 넘는 매출의 회사로 급성장했다. 많은 반도체 제조사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 등을 통해 로열티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기업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타킷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명목으로 램버스에 총 7억달러의 사용료와 2억달러의 투자금을 건냈고, SK하이닉스는 램버스와의 13년에 걸친 지리하고 소모적인 법정공방 끝에 2억4000만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향후 5년 간 지불하기로 얼마전 합의했다. 이러한 경험이 양사에 ‘특허를 지배하지 않고선 산업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계약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5.4%로 1위, SK하이닉스는 16.6%로 2위를 기록했다. 1,2위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은만큼 향후 메모리 집적화나 차세대 메모리 칩 개발등의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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