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장원석(48) 씨는 늦은시간 외국인이 승차를 하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말이 안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나 만취한 외국인이 타는 경우 해꼬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승차거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운전대를 잡는 내내 가슴을 졸이기만 한다.

또다른 택시기사 박모(52) 씨도 얼마전 외국인승객과의 마찰로 골머리를 앓았다. 만취 상태였던 승객이 박 씨의 택시에 타자마자 담배를 꺼내 피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서툰 영어로 “택시 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말했지만 외국인 승객은 들은채도 하지않았다.

오히려 박 씨가 운전하는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해 박 씨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않은 채 운전대만 바라봤다.

최근 외국인손님들에 의한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잇따르면서 택시기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수서경찰서는 달리던 택시에서 만취해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미군 M(22) 일병을 불구속입건했다. 지난 5월에도 택시비를 내지않으려고 택시기사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린 미국인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시기사들에게 외국인 손님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운전경력 20년의 택시기사 박일섭(49) 씨는 “외국인 승객에게 당한 피해들을 듣다보니 가능하면 취한 외국인을 태우지 않으려고 한다”며 “모든 취객이 힘들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안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외국인 취객보다 힘든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취한 외국인을 태우지않으려고 지나치다가 쫓아온 외국인이 사이드미러를 발로 찬 적도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처벌이나 보상이 어려워 왠만한 마찰은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외국인 통역서비스등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있지만 위급상황에서는 거의 소용이 없다”며 “택시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격벽(운전석과 뒷자석의 사이의 보호벽)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택시기사의 안전을 보호할 장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