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안은 서부 대개발의 핵심 거점도시다. 이에 글로벌기업들도 서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곳을 방문해 한국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의 반도체공장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진출이 기대된다.

중국의 고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은 신라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6~10세기 당나라 때 시안은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세계 최대의 국제도시였다. 당시 신라의 많은 유학생, 유학승, 상인, 사신들이 경주에서 당나라 수도 장안까지 1만리가 넘는 길을 건너와 ‘신라방(新羅坊)’을 만들면서 이름을 떨쳤다.

한국 최초의 ‘성공한 조기 유학생’이라 할 수 있는 최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신라 문경왕 8년(868)에 12살의 나이로 바다 건너 당나라로 와 열심히 공부한 끝에 장안에서 치러진 빈공과(외국인 전용 과거시험)에 합격, 정식으로 당나라 조정이 임명한 외국관원이 되었다. ‘왕오천축국전’으로 유명한 8세기 신라 성덕왕 때의 승려 혜초가 공부한 곳도 장안의 천복사(薦福寺)란 절이었다.

이처럼 1200여년 전부터 한국인과 인연을 맺었던 시안을 한국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중기간 마지막 이틀을 시안에서 보냈다. 박 대통령이 수많은 중국의 도시 가운데 시안을 선택해 많은 시간을 보낸 데는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안은 서부 대개발의 핵심 거점도시다. 글로벌 기업들은 서부 내륙이 중국 비즈니스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자 ‘서진(西進)’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류여건이 떨어지고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들도 부족한 실정이라 ‘마음은 있으나’ 선뜩 나서지를 못했다. 서부지역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과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관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에 박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건설현장 등 시안을 방문한 것은 잠재성이 큰 서부지역을 한국 기업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삼성의 대중(對中)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70억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서부내륙 한ㆍ중 경제협력의 ‘플래그십(flagship)’으로 꼽힌다.

이미 시안은 삼성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내년부터 공장이 가동하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160여개 협력사까지 가세, 이곳의 교민 수가 현재 1000여명에서 향후 5년 내 5000~6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반 사무나 통역 등의 분야에 취업하는 조선족 동포까지 치면 시안에는 베이징 왕징(望京)에 버금가는 새로운 ‘코리아타운(韓國城)’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중 성과 중 하나로 한ㆍ중 간 20년 미래협력의 기틀을 탄탄하게 다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7년 동안 승인을 안해줘 ‘애를 먹였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SK의 에틸렌 합작공장도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최종 합작계약을 체결, ‘7년 숙원’을 풀었다.

이제 서부내륙에도 한국 기업의 교두보가 마련, 본격적인 진출의 물꼬가 트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중요한 일은 초석을 다진 만큼 내실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ㆍ중 협력의 새 장을 여는 ‘21세기 실크로드’가 이곳에서 다시 활짝 열리게 되기를 기대해본다.